카테고리 문학

『이방인』 — 햇빛 때문이라는 대답에 대하여

『이방인』을 다시 펼친 것은 8월의 어느 늦은 오후였다. 에어컨이 잘 들지 않는 거실 한쪽에 앉아 있었고, 창밖에는 매미가 울고 있었다. 학생 때 한 번 읽었던 책이다. 그때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첫 문장만은 또렷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권 — 누가 아버지를 죽였는가

1권을 덮자마자 2권을 펼쳤다. 정확히는, 1권과 2권 사이에 이틀의 간격이 있었다. 그 이틀 동안 대심문관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간. 빵과 기적과 권위를 원하는 인간. 이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2권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2권은 표도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권 — 아버지를 죽이는 것에 대하여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 두께 앞에서 번번이 물러났다. 이번에도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펼친 것은, 올해 초에 사상서를 두 권 연달아 읽고 나서 소설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사상서이기도 했다. 1권은 카라마조프 가문을 소개하는…

『앵무새 죽이기』 — 아버지라는 이름에 대하여

연말에 읽은 책이다.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조용한 책이었다. 국부론의 무게도, 1984의 공포도, 사피엔스의 야심도 없는 책이었다. 다만 한 마을, 한 가족, 한 재판의 이야기가 조용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가장 깊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여섯 살 소녀…

『1984』 — 언어가 사라지면 사유도 사라진다

이 책은 학생 때 한 번 읽었다. 그때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주는 흥미에 이끌려 읽었던 것 같다. 감시 사회, 전체주의, 빅 브라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주는 공포, 사상 경찰이라는 이름이 주는 섬뜩함. 그런 것들이 무섭고 흥미로웠다. 10대의 독서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그리스인 조르바』 — 춤추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이 소설에는 두 사람이 있다. 크레타 섬에서 탄광을 열겠다는 젊은 지식인과, 그 곁에 따라온 늙은 노동자 조르바. 한 사람은 생각하고, 한 사람은 살아간다. 이 소설의 거의 모든 것은 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에서 생겨난다. 화자인 젊은 지식인은 책을 좋아하고 사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