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빨강』 1권 — 우물 밑에서 시작하는 소설
언제 산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파묵이 노벨상을 받기 전이었는지 후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다만 한 가지는 또렷이 남아 있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 시체의 독백이라는 사실. 나는 지금 우물 밑에 누워 있는 한 구의 시체다, 라는 문장. 그 한 줄이…
언제 산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파묵이 노벨상을 받기 전이었는지 후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다만 한 가지는 또렷이 남아 있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 시체의 독백이라는 사실. 나는 지금 우물 밑에 누워 있는 한 구의 시체다, 라는 문장. 그 한 줄이…
지난달의 회고를 마치고 나서, 다음 책을 잡기까지 며칠이 비어 있었다. 81권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 부분이 비었는지가 도리어 또렷이 보였다. 자유에 관한 책은 그 7년 동안 꽤 많이 읽었다. 하이에크, 포퍼, 프리드먼. 자유의 토대를 말한 사람들. 그러나 그 자유가 어떻게 무너지는가,…
세 번째로 이 책을 편다. 2020년 1월에 처음, 2024년 6월에 두 번째, 그리고 지금 세 번째. 이 블로그의 첫 사상서였고, 7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많이 돌아오는 책이다. 한 번쯤 중간 결산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펼쳤다. 세 번의 독서가 각각 달랐다.…
2019년 5월에 처음 읽은 책이다. 이 블로그의 다섯 번째 글이었다.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문장에서 한참을 멈추었다고 적었다. 7년이 지났다. 밀은 여전히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가. 다시 읽으니, 7년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 처음 읽을 때는 하라리의 주장 자체에 압도되었다. 농업혁명이…
6년 만에 다시 뫼르소를 만났다. 2020년 8월의 어느 더운 오후에 처음 이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책이다.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매미 소리, 에어컨이 잘 들지 않는 거실, 햇빛 때문이라는 대답. 그때의 나는 뫼르소의 정직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의 연기를…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가벼운 것을 골랐다. 죄와 벌 이후에 이 책을 집어든 것은 본능적 선택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무거움 이후에 필요한 것은 맛있는 밥 이야기다. 쿠스미 마사유키의 『고독한 미식가』. 만화다. 만화를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것은 처음이다. 한 남자가 혼자 밥을 먹는 이야기.…
도스토예프스키의 두 번째 소설이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이후 5년 만이다. 카라마조프가 신의 존재를 물었다면, 죄와 벌은 인간의 자격을 묻는다. 비범한 인간에게는 도덕의 예외가 허용되는가. 이 질문이 이 소설의 전부다. 라스콜니코프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그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인류는 두 종류로 나뉜다. 평범한…
솔직히 말하면, 피부 고민이 심한 편은 아니다. 사촌 여동생 하나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로 심하게 고생하는 걸 옆에서 봤기 때문에, 감히 내 피부를 그 자리에 두지 못한다. 다만 알러지가 많은 편이고, 계절이 바뀌거나 출장지에서 물이 바뀌거나,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린 날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