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문학

『이방인』 다시 읽기 — 6년 만의 뫼르소

6년 만에 다시 뫼르소를 만났다. 2020년 8월의 어느 더운 오후에 처음 이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책이다.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매미 소리, 에어컨이 잘 들지 않는 거실, 햇빛 때문이라는 대답. 그때의 나는 뫼르소의 정직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의 연기를…

『죄와 벌』 — 비범한 인간이라는 환상

도스토예프스키의 두 번째 소설이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이후 5년 만이다. 카라마조프가 신의 존재를 물었다면, 죄와 벌은 인간의 자격을 묻는다. 비범한 인간에게는 도덕의 예외가 허용되는가. 이 질문이 이 소설의 전부다. 라스콜니코프는 가난한 대학생이다. 그는 이론을 가지고 있다. 인류는 두 종류로 나뉜다. 평범한…

『해변의 카프카』 —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열다섯 살

하루키의 세 번째 책이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재독』에 이어 세 번째. 이번에는 좀 다른 하루키를 만났다. 노르웨이의 숲이 현실적 소설이었다면, 해변의 카프카는 환상적 소설이다. 현실의 규칙이 느슨해지고,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고양이가 말을 하고, 입구석이라는 신비로운 공간이 열린다. 카프카 다무라는…

『싯다르타』 — 강물처럼 흐르는 삶

헤세의 두 번째 책이다. 『데미안』 이후 3년 만이다. 데미안이 성장의 이야기였다면, 싯다르타는 깨달음의 이야기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지점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싯다르타는 부처의 이름이지만, 이 소설의 싯다르타는 부처가 아니다. 부처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자기만의 길을 찾는 사람이다. 그는 부처를 만나지만 부처의…

『안나 카레니나』 2권 — 기차역의 마지막 장면

2권은 안나의 하강과 레빈의 상승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안나는 점점 고립되고, 브론스키와의 관계는 질투와 불안으로 변질되고, 사회의 문은 하나씩 닫힌다. 레빈은 키티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삶의 의미를 서서히 찾아간다. 두 이야기가 나란히 가면서, 한쪽이 어두워질수록 다른 쪽이 밝아진다. 안나의 마지막은 기차역이다.…

『안나 카레니나』 1권 —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톨스토이의 첫 문장은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문장이 소설 전체를 요약한다. 이 소설은 불행의 해부학이다.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어디에서 끝나는가.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상류 사회의 여인이다. 카레닌이라는 고위 관리의 아내이고, 아들이…

『상실의 시대』 다시 읽기 —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4년 전에 읽은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었다. 한국어 제목은 『상실의 시대』. 같은 소설인데 제목이 다른 것이 이 소설의 양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곡 제목이고, 나오코의 기억과 연결된다. 상실의 시대는 소설의 주제를 직접적으로 가리킨다. 원제의 서정과 번역 제목의…

『걸리버 여행기』 — 풍자의 칼날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를 어린이 동화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소인국과 거인국. 작은 사람들과 큰 사람들. 그러나 원작을 읽으면 이것이 동화가 아니라 가장 날카로운 풍자 문학임을 알게 된다. 스위프트는 18세기 영국 사회를, 그리고 인간 본성 자체를 해부한다. 소인국 릴리퍼트에서 벌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