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철학

『장자』 — 쓸모없음의 쓸모

오강남이 풀어 쓴 『장자』를 읽었다. 원전을 직접 읽을 한문 실력은 없으니, 해설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오강남의 풀이는 현대적이면서도 원전의 향기를 살린다. 동양 고전을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것은 열하일기 이후 처음이다. 장자의 세계관은 서양 철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양 철학은 분석한다. 개념을…

『니코마코스 윤리학』 —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처음 읽는다. 플라톤의 『국가』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거쳐, 이제 그의 제자에게 도달했다. 스승이 이상 국가를 꿈꾸었다면, 제자는 좋은 삶을 물었다. 더 구체적이고, 더 현실적이고, 더 실용적인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개념은 에우다이모니아다.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행복과는 좀 다르다. 좋은 삶, 번영하는 삶,…

『우상의 황혼』 — 망치로 철학하기

니체 세 번째 책이다. 『도덕의 계보』, 『선악의 저편』, 그리고 이 책. 한 해에 한 권씩 니체를 읽어온 셈이다. 이 책의 부제가 인상적이다. 망치로 철학하는 법. 이 부제가 이 책의 전부를 말해준다. 니체는 기존의 철학적 우상들을 하나씩 두드려본다. 속이 빈 우상은…

『소크라테스의 변명』 — 죽음 앞에서의 말

이 책은 짧다.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한 시간 동안 읽는 것은 한 사람의 마지막 변론이다.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는 말. 그리고 사형 선고를 받은 뒤의 말. 죽음 앞에서 한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가. 이것이 이 짧은…

『선악의 저편』 — 도덕을 넘어선 자리에서

작년 여름에 읽은 『도덕의 계보』가 도덕의 기원을 추적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도덕 너머를 바라보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선과 악의 저편. 니체를 두 번째로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줄었지만, 불편함은 오히려 깊어졌다. 니체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니체가 묻는 질문의 무게를…

『도덕의 계보』 — 선과 악은 누가 정했는가

니체를 처음 읽었다.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인용구도 여러 번 접했다. 신은 죽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초인, 권력 의지. 이런 단어들이 니체의 이미지를 만든다. 과격하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사상가. 그러나 실제로 책을 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예상한 것과…

『월든』 — 숲에서 배운 경제학

소로우는 1845년, 스물일곱 살에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간 살았다. 이 책은 그 2년의 기록이다. 자발적 은둔.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보겠다는 실험. 이 실험의 기록이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는 것은, 이 실험이 단순한 풍류가 아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처음…

『죽음의 수용소에서』 — 마지막 자유

이 책은 얇다. 200페이지도 안 된다. 그런데 그 얇은 페이지들이 견디는 무게는 내가 읽은 어떤 두꺼운 책보다 무겁다.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였다. 비엔나에서 개업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대인이었다. 1942년, 그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아내, 아버지, 어머니, 형제가 수용소에서 죽었다. 그 자신은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