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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 아버지의 편지라는 형식에 대하여

이어령이라는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학생 때 국어 교과서에서 읽었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서재에서 이름을 보았을 수도 있다. 다만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세이를 골랐다. 사상서를 읽고 난 뒤에는 좀 가벼운 것이 당겼다. 이…

『노예의 길』 — 우리는 왜 자유를 잃어버리는가

올해 첫 책으로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다시 펼쳤다. 처음 읽은 것이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책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책의 여백에 옅은 연필 자국이 남아 있었고, 거기 적힌 글씨가 지금의 내 글씨와 사뭇 달랐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마 학생 때였을 것이다.…

『앵무새 죽이기』 — 아버지라는 이름에 대하여

연말에 읽은 책이다. 올해 읽은 책들 중 가장 조용한 책이었다. 국부론의 무게도, 1984의 공포도, 사피엔스의 야심도 없는 책이었다. 다만 한 마을, 한 가족, 한 재판의 이야기가 조용하게 흘러갈 뿐이었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가장 깊었다. 이 소설의 화자는 여섯 살 소녀…

『총, 균, 쇠』 — 왜 어떤 대륙은 정복당했는가

이 책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다. 왜 유럽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했고, 그 반대는 일어나지 않았는가. 왜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 제국의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았고, 아타우알파가 스페인을 정복하지 못했는가. 왜 어떤 대륙의 사람들은 총과 강철과 말을 가졌고, 다른 대륙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는가. 쉬운 답이…

『1984』 — 언어가 사라지면 사유도 사라진다

이 책은 학생 때 한 번 읽었다. 그때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가 주는 흥미에 이끌려 읽었던 것 같다. 감시 사회, 전체주의, 빅 브라더.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가 주는 공포, 사상 경찰이라는 이름이 주는 섬뜩함. 그런 것들이 무섭고 흥미로웠다. 10대의 독서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국부론』 2권 —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름이 지나고 다시 펼쳤다. 1권을 덮은 지 두 달 만이다. 그 사이 출장이 한 번 있었고, 일이 바빠 한동안 이 책을 다시 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출장지 호텔에 들고 가려다가, 무게를 보고 포기했다. 가을이 되어서야 겨우 돌아왔다. 다시 펼치니 1권의…

『국부론』 1권 —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것

여름에 국부론을 읽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더운 날, 두꺼운 책.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18세기 영국의 경제를 읽는 것은 약간 비현실적인 경험이었다. 그러나 언제 펼치든 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계절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맞다.…

『그리스인 조르바』 — 춤추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이 소설에는 두 사람이 있다. 크레타 섬에서 탄광을 열겠다는 젊은 지식인과, 그 곁에 따라온 늙은 노동자 조르바. 한 사람은 생각하고, 한 사람은 살아간다. 이 소설의 거의 모든 것은 이 두 사람 사이의 거리에서 생겨난다. 화자인 젊은 지식인은 책을 좋아하고 사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