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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 — 도덕을 넘어선 자리에서

작년 여름에 읽은 『도덕의 계보』가 도덕의 기원을 추적하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도덕 너머를 바라보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선과 악의 저편. 니체를 두 번째로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줄었지만, 불편함은 오히려 깊어졌다. 니체에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니체가 묻는 질문의 무게를…

『설국』 —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장은 뼈만 남은 문장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풍경을 묘사하는데, 그 풍경 안에 감정이 들어 있다. 하루키의 건조함과는 다른 종류의 절제다. 하루키가 감정을 생략한다면, 가와바타는 감정을 풍경에 녹인다. 눈이 내리는 장면을 쓰면서, 그 눈 속에 외로움을…

『하드씽』 — 경영서가 말하지 않는 것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은 경영서치고는 정직한 책이다. 대부분의 경영서가 성공의 비결을 알려준다면, 이 책은 성공하기 전의 지옥을 보여준다. 회사가 망하기 직전의 밤,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아침, 고객이 떠나가는 오후. 이 책에는 화려함이 없다. 있는 것은 현실뿐이다. 경영서 코너에 가면 성공한 CEO들의…

『갈리아 전쟁기』 — 권력자가 쓴 전쟁 보고서

카이사르가 직접 쓴 책이다. 전쟁을 수행한 사람이 그 전쟁에 대해 직접 쓴 기록. 이것만으로도 독특한 텍스트다. 역사서인 동시에 선전문이고, 군사 보고서인 동시에 문학이다. 2천 년 전의 장군이 남긴 글이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텍스트의 힘을 증명한다. 카이사르는 자신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철학적 에세이다. 첫 장부터 니체의 영원회귀를 이야기한다. 만약 삶이 한 번만 일어나는 것이라면, 그것은 가벼운 것인가 무거운 것인가. 한 번뿐인 삶은 되돌릴 수 없으니 무겁다. 그러나 한 번뿐이라는 것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반복되지 않는 것은…

『도덕의 계보』 — 선과 악은 누가 정했는가

니체를 처음 읽었다.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인용구도 여러 번 접했다. 신은 죽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본다, 초인, 권력 의지. 이런 단어들이 니체의 이미지를 만든다. 과격하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사상가. 그러나 실제로 책을 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예상한 것과…

『로마인 이야기』 3권 — 카이사르 이전의 로마

여름에 3권을 펼쳤다. 이 시리즈를 반 년에 한 권씩 읽어가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1권에서 공화정의 성립을, 2권에서 한니발 전쟁을 읽었고, 이제 3권은 공화정 말기를 다룬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에서 마리우스와 술라의 대립까지. 카이사르가 등장하기 직전의 시대다. 이 시대는 로마 역사에서…

『월든』 — 숲에서 배운 경제학

소로우는 1845년, 스물일곱 살에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간 살았다. 이 책은 그 2년의 기록이다. 자발적 은둔. 사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보겠다는 실험. 이 실험의 기록이 1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히고 있다는 것은, 이 실험이 단순한 풍류가 아니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