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왜 어떤 대륙은 정복당했는가
이 책의 출발점은 하나의 질문이다. 왜 유럽인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했고, 그 반대는 일어나지 않았는가. 왜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 제국의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았고, 아타우알파가 스페인을 정복하지 못했는가. 왜 어떤 대륙의 사람들은 총과 강철과 말을 가졌고, 다른 대륙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는가.
쉬운 답이 있다. 유럽인이 더 우수했기 때문이라는 답. 더 똑똑하고, 더 부지런하고, 더 창의적이었기 때문이라는 답. 이 답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어 왔다. 때로는 노골적인 인종주의의 형태로, 때로는 문화적 우월성이라는 좀 더 세련된 포장으로.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책 전체를 통해 그 답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지리다.
유라시아 대륙은 동서로 길다. 같은 위도에서는 기후가 비슷하므로, 작물과 가축이 동서로 쉽게 전파된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밀 재배가 유럽까지 퍼진 것은, 같은 위도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밀이 동쪽으로 퍼져 중국에 도달하고, 서쪽으로 퍼져 유럽에 도달하는 데는 수천 년이 걸렸지만, 그 전파는 가능했다. 왜냐하면 같은 위도대의 기후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밀이 자랄 수 있는 기온, 강수량, 일조량이 동서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유지된다.
반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남북으로 길다. 위도가 달라지면 기후가 바뀌고, 한 지역의 작물은 다른 지역에서 자라지 못한다. 멕시코의 옥수수가 캐나다로 전파되려면 수천 킬로미터의 기후 장벽을 넘어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사하라 사막이 거대한 장벽이 되어 북아프리카와 사하라 이남의 교류를 가로막았다. 이 단순한 지리적 차이가 식량 생산의 차이를, 인구의 차이를, 기술의 차이를, 그리고 결국 군사력의 차이를 만들었다.
이 논리를 따라가면서 계속 감탄한 것은, 다이아몬드가 인과의 사슬을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하는가였다. 식량 생산이 늘면 인구가 늘고, 인구가 늘면 모든 사람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된다. 일부는 도구를 만들고, 일부는 글을 쓰고, 일부는 전쟁 기술을 발전시킨다. 전문화가 기술을 낳고, 기술이 더 많은 식량을 낳고, 더 많은 식량이 더 많은 인구를 낳는다. 이 순환 고리가 수천 년 동안 돌아간 결과가 총과 강철이다.
균에 관한 부분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유럽인이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 인구의 대부분을 죽인 것은 총이 아니라 천연두였다. 추정에 따르면 정복 이후 아메리카 원주민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이 유럽에서 온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유럽인들은 수천 년간 가축과 함께 살면서 가축으로부터 옮겨온 질병에 면역을 가지게 되었다. 소에서 홍역이, 돼지에서 인플루엔자가, 말에서 감기가 왔다. 이 질병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유럽인의 면역 체계는 단련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는 그런 면역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길들인 가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축이 없었던 것은 아메리카 대륙에 길들일 수 있는 대형 포유류가 적었기 때문이다. 역사의 방향을 결정한 것은 의도가 아니라 미생물이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역사에 대한 기존의 시각이 크게 흔들렸다. 역사를 영웅의 이야기로 읽는 것이 보통이다. 위대한 지도자, 결정적 전투, 역사적 결단. 그러나 다이아몬드의 시각에서 보면, 역사의 큰 방향은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지리적 조건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피사로가 특별히 뛰어난 장군이어서 잉카를 정복한 것이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지리적 이점 위에 축적된 수천 년의 기술과 면역이 그를 그 자리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이 책의 미덕은 인종주의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반박 중 하나라는 점이다. 문명의 차이는 사람의 차이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같은 사람이 다른 대륙에 태어났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당위가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 주장이기에 더 강력하다. 도덕적 당위는 반박할 수 있지만, 증거는 무시하기 어렵다.
다만 이 책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같은 대륙, 비슷한 지리적 조건에서도 어떤 사회는 번영하고 어떤 사회는 쇠퇴한다.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위도대에 있지만, 역사의 경로는 달랐다. 유럽에서도 잉글랜드와 스페인은 같은 대륙에 있지만, 산업혁명은 잉글랜드에서 일어났다. 다이아몬드의 프레임으로는 이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지리가 초기 조건을 결정한다는 것은 받아들이되, 그 이후의 경로는 제도와 선택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조건에서 출발하더라도 어떤 제도를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소유권을 보장하는 제도, 계약을 이행하게 하는 법률, 권력을 분산시키는 정치 체제. 이런 것들은 지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선택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책은 왜 어떤 대륙이 출발선에서 앞섰는가를 설명하지만, 출발선 이후의 경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그 부분은 이 책의 범위 밖이며, 다른 종류의 사유를 필요로 한다.
오래 걸린 책이었다. 두껍기도 하거니와, 한 챕터를 읽으면 그 챕터가 품고 있는 사실의 양이 상당해서 소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면 세계 지도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대륙의 모양이, 그 위의 산맥과 사막이, 해류와 계절풍이, 인류의 운명을 갈라놓았다는 것. 그것은 겸손하게 만드는 깨달음이다. 우리가 이룬 것은 우리의 능력만의 결과가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의 결과이기도 하다.
오래 걸린 책이었다. 다 읽고 나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의 프레임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다이아몬드가 더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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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원저 Guns, Germs, and Steel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