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 초록빛 불빛과 아메리칸 드림의 끝
이 소설은 짧다.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덮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어떤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부두 끝에서 초록빛 불빛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 이미지가 자꾸 돌아왔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서부에서 뉴욕으로 온다. 채권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의 이웃에…
이 소설은 짧다. 반나절이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덮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어떤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부두 끝에서 초록빛 불빛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뒷모습. 그 이미지가 자꾸 돌아왔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서부에서 뉴욕으로 온다. 채권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그의 이웃에…
시오노 나나미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 시리즈를 시작하기까지는 오래 걸렸다. 15권짜리 시리즈다. 시작하면 한동안 이 책에 묶인다는 뜻이다. 올해 읽은 책들이 대부분 묵직했으므로, 좀 다른 결의 무거움을 원했다. 사상의 무거움이 아니라 역사의 무거움. 1권은 로마 건국에서 공화정의 성립까지를 다룬다.…
이 책을 산 것은 출장지의 공항 서점이었다. 비행기 출발까지 한 시간이 남아 있었고, 들고 다니던 책은 이미 호텔에 두고 온 뒤였다. 가벼운 책 한 권이 필요했다. 김영하의 에세이는 그런 자리에 잘 어울렸다. 카뮈와 도스토예프스키를 연달아 읽고 나서, 좀 숨 쉴…
『이방인』을 다시 펼친 것은 8월의 어느 늦은 오후였다. 에어컨이 잘 들지 않는 거실 한쪽에 앉아 있었고, 창밖에는 매미가 울고 있었다. 학생 때 한 번 읽었던 책이다. 그때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첫 문장만은 또렷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이 책은 얇다. 200페이지도 안 된다. 그런데 그 얇은 페이지들이 견디는 무게는 내가 읽은 어떤 두꺼운 책보다 무겁다.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였다. 비엔나에서 개업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대인이었다. 1942년, 그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 아내, 아버지, 어머니, 형제가 수용소에서 죽었다. 그 자신은 살아남았다.…
1권을 덮자마자 2권을 펼쳤다. 정확히는, 1권과 2권 사이에 이틀의 간격이 있었다. 그 이틀 동안 대심문관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간. 빵과 기적과 권위를 원하는 인간. 이 이미지가 너무 강렬해서, 2권이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었다. 2권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그 두께 앞에서 번번이 물러났다. 이번에도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펼친 것은, 올해 초에 사상서를 두 권 연달아 읽고 나서 소설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사상서이기도 했다. 1권은 카라마조프 가문을 소개하는…
마키아벨리의 이름은 거의 욕설에 가깝게 쓰인다. 마키아벨리적이라는 형용사는 교활하고 비도덕적인 권모술수를 뜻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 인상이 전부였다. 읽고 나니, 그 인상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군주론』은 짧은 책이다. 200페이지가 안 된다.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