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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월. 18, 2024

『파시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은 파시즘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려는 시도다. 이 시도가 어려운 이유는, 파시즘이 일관된 이데올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에는 자유라는 핵심 가치가 있고, 마르크스주의에는 계급 투쟁이라는 핵심 개념이 있다. 파시즘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은 서로 달랐다.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과 일본의 군국주의도 달랐다. 이것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팩스턴의 접근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행동 패턴에 주목하는 것이다. 파시즘을 정의로 규정하려 하지 말고, 파시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하라는 것이다. 이 접근이 이 책의 강점이다. 팩스턴은 파시즘의 다섯 단계를 제시한다. 지적 탐구, 정치 운동으로의 뿌리내림, 권력 장악, 권력 행사, 그리고 급진화 또는 붕괴.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에 대한 분석이다. 파시즘은 어디에서 오는가. 팩스턴에 따르면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태어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실망할 때, 기존 정치인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그 공백을 파시즘이 파고든다. 파시즘은 반민주적이지만, 민주주의 안에서 태어난다.

열린 사회가 닫힌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를 팩스턴은 구체적 메커니즘으로 보여준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파시즘의 기회가 되는 과정.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란이 히틀러를 가능하게 한 것처럼.

팩스턴이 강조하는 것은, 파시즘이 이성의 실패가 아니라 감정의 동원이라는 점이다. 파시즘은 논리적 주장으로 사람을 설득하지 않는다. 감정에 호소한다. 국가의 굴욕에 대한 분노, 외부의 적에 대한 공포,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 이 감정들을 동원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으로 전환한다.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 이것이 파시즘의 방법론이다.

감정의 동원이 체제 자체가 되는 것. 민주주의의 역사를 돌아보면, 선동가가 대중의 감정을 이용하여 과격한 정책을 밀어붙인 사례는 고대부터 반복되어왔다. 파시즘은 이 패턴의 극단적 버전이다.

이 책의 한계는, 파시즘의 미래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팩스턴은 주로 20세기의 파시즘을 분석한다. 21세기에 파시즘이 어떤 형태로 다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 그러나 팩스턴이 제시한 분석 틀 — 민주주의의 위기, 감정의 동원, 단계적 급진화 — 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이 틀을 가지고 현재를 관찰하면, 불안한 징후들이 보일 수 있다.

팩스턴의 분석에서 가장 실용적인 통찰은, 파시즘을 막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팩스턴에 따르면 파시즘은 민주주의가 건강할 때는 뿌리내리지 못한다. 파시즘이 성장하는 토양은 민주주의의 실패다. 따라서 파시즘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민주주의를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투표율이 높은 것인가, 경제가 좋은 것인가, 언론이 자유로운 것인가. 아마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하이에크가 경제적 자유를 정치적 자유의 조건으로 본 것이 여기서 다시 의미를 갖는다. 경제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민주주의가 흔들리면 파시즘의 공간이 열린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초인플레이션이 나치즘의 토양이 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적 안정이 정치적 안정의 조건이고, 정치적 안정이 자유의 조건이다. 이 연쇄가 끊어지면 자유가 위험해진다.

무거운 책이었다. 그러나 필요한 무거움이었다. 자유가 어떻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자유를 지키는 첫 걸음이니까. 자유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지키지 않으면 사라진다.

로버트 팩스턴
원저 The Anatomy of Fascism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