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세계』 — 전통 사회에서 배우는 것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두 번째 책이다. 2019년에 읽은 『총, 균, 쇠』 이후 6년 만이다. 총, 균, 쇠가 왜 어떤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했는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우리가 전통 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 방향이 반대다. 앞의 책은 현대 문명의 기원을 추적했고, 이 책은 전통 사회의 지혜를 현대에 적용하려 한다.
다이아몬드는 뉴기니의 전통 사회에서 오래 현장 연구를 한 학자다. 그가 관찰한 전통 사회는 원시적이지 않다. 다르다. 분쟁 해결 방식, 노인에 대한 태도, 자녀 양육 방식, 위험 관리 전략. 이런 것들에서 전통 사회는 현대 사회가 배울 만한 것을 가지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분쟁 해결에 관한 장이었다. 현대의 사법 시스템은 승패를 가린다. 한쪽이 이기고 한쪽이 진다. 전통 사회의 분쟁 해결은 다르다. 관계의 회복이 목표다. 양쪽이 만족하는 해결을 찾으려 한다. 왜냐하면 작은 공동체에서는 분쟁 이후에도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승패를 가르면 패자는 원한을 품고, 원한은 다음 분쟁의 씨앗이 된다. 관계를 복원하면 공동체가 유지된다.
이 관찰이 현대 사회에 시사하는 것이 있다. 우리의 법 시스템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관계의 복원에는 관심이 적다. 소송에서 이긴 사람과 진 사람은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수 있다. 현대 사회는 크고 익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족 간, 이웃 간, 동료 간의 분쟁에서는 전통 사회의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관계가 계속되는 곳에서는 승패보다 화해가 낫다.
위험 관리에 관한 장도 흥미로웠다. 다이아몬드는 이것을 건설적 편집증이라고 부른다. 전통 사회의 사람들은 일상적 위험에 매우 민감하다. 죽은 나무 아래에서 자지 않는 것, 낯선 곳에서 조심하는 것. 현대인의 눈에는 과도하게 보이지만, 의료 시설이 없는 환경에서는 합리적인 전략이다. 작은 사고가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이 관찰에서 현대인의 위험 인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인은 비행기 사고를 두려워하면서 자동차를 운전한다. 통계적으로 자동차가 훨씬 위험한데. 이것은 팩트풀니스에서 로슬링이 지적한 비합리성과 같은 구조다. 인간은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한다. 극적인 위험은 과대평가하고, 일상적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다이아몬드의 한계도 보인다. 전통 사회를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 사회의 지혜를 강조하면서, 전통 사회의 폭력, 성차별, 영아 살해 같은 어두운 면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룬다. 총, 균, 쇠에서도 느꼈던 선택적 서술의 문제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그래도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유효하다. 현대 사회가 모든 면에서 전통 사회보다 나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공동체의 유대, 노인에 대한 존중, 자연과의 친밀함. 이것들을 되찾을 수는 없더라도, 그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포퍼가 말한 열린 사회는 다른 사회에서 배우는 사회이기도 하다. 전통 사회에서 배우는 것도 열린 태도의 실천이다.
노인에 대한 장도 인상적이었다. 전통 사회에서 노인은 지혜의 저장소다. 문자가 없는 사회에서 역사와 지식은 노인의 기억 속에 저장된다.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이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떠올랐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의 지위는 크게 하락했다. 지식은 책과 인터넷에 저장되니까. 노인의 경험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이것이 진보인가 퇴보인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다이아몬드의 전작 총, 균, 쇠에서 느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환경 결정론의 한계가 보인다. 전통 사회의 지혜를 현대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매력적이지만, 전통 사회와 현대 사회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이다. 전통 사회의 분쟁 해결이 작은 공동체에서 작동하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알기 때문이다. 현대의 대도시에서는 이웃을 모른다. 같은 방법이 적용되기 어렵다. 규모의 문제를 다이아몬드는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
그래도 이 책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겸손이다. 현대 사회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오만에서 벗어나는 것. 수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현대 문명은 극히 짧은 순간이다. 그 이전의 수만 년 동안 인류가 축적한 지혜를 무시하는 것은 자만이다. 물론 그 지혜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번역이 필요하다. 전통의 지혜를 현대의 맥락으로 번역하는 것. 이 번역이 이 책의 시도이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시도다.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무거운 인문서였지만 읽을 만했다. 다음 달에는 하루키가 기다리고 있다. 무거움 이후의 가벼움. 이 교차가 독서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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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원저 The World Until Yesterday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