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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 · 2월. 15, 2026

『사피엔스』 7년 만에 다시 — 밀은 여전히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가

2019년 5월에 처음 읽은 책이다. 이 블로그의 다섯 번째 글이었다.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문장에서 한참을 멈추었다고 적었다. 7년이 지났다. 밀은 여전히 우리를 길들이고 있는가.

다시 읽으니, 7년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 처음 읽을 때는 하라리의 주장 자체에 압도되었다. 농업혁명이 함정이라니, 돈이 허구라니. 이 도발적 주장들이 신선했다. 이번에는 도발보다 구조가 보인다. 하라리가 이 책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어떤 사실을 선택하고 어떤 사실을 생략했는지. 7년간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형성된 비판적 시야가 이 책을 다르게 읽게 만든다.

하라리의 허구 개념을 이번에 더 깊이 생각했다. 돈, 국가, 종교, 인권. 이 모든 것이 허구라는 주장. 처음에는 도발적으로 들렸다. 이번에는 한계가 보인다. 하라리가 말하는 허구의 범위가 너무 넓다. 돈이 허구이고 인권이 허구라면, 이 두 허구의 차이는 무엇인가. 돈은 교환의 도구이고, 인권은 보호의 원칙이다. 같은 허구라고 묶을 수 있는가. 하이에크라면 이 구분에 민감했을 것이다. 시장에서의 화폐는 자생적 질서의 산물이고, 인권은 의식적 설계의 산물이다. 이 둘을 같은 범주로 다루는 것은 중요한 차이를 감춘다.

7년 전에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문장에 감탄했다면, 이번에는 이 비유의 한계도 느낀다. 밀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밀의 도구라는 것은 재치 있는 관찰이다. 그러나 관점의 전환은 통찰이면서 동시에 기법이다. 모든 것을 뒤집어 볼 수 있다. 하루키가 독자를 조종한 것인가, 독자가 하루키를 소비한 것인가. 회사가 직원을 착취하는 것인가, 직원이 회사를 이용하는 것인가. 이런 전환은 흥미롭지만, 전환 자체가 진리인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 책의 핵심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이 이야기를 만드는 종이라는 것. 이야기를 통해 협력한다는 것. 이 통찰은 7년의 독서를 거치면서 더 단단해졌다. 도킨스의 밈 개념, 쿤데라의 키치 개념, 오웰의 뉴스피크. 이 모든 것이 하라리의 허구 개념과 연결된다.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것은 축복인 동시에 위험이다. 좋은 이야기가 협력을 낳지만, 나쁜 이야기가 전쟁을 낳는다. 파시즘도 하나의 이야기였다.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같은 책을 읽지만 다른 것이 보인다. 이것이 재독의 핵심이다. 책이 거울이라면, 7년의 시간이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바꾼 것이다. 주름이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야는 분명히 넓어졌다.

하라리의 과학혁명 파트도 이번에 다르게 읽혔다. 7년 전에는 과학의 발전사로 읽었다. 이번에는 과학과 권력의 관계에 주목했다. 과학은 순수한 탐구가 아니다. 제국과 자본이 과학에 투자했고, 과학은 제국과 자본에 힘을 주었다. 이 공생 관계가 근대 세계를 만들었다. 류츠신의 삼체에서 읽은 문명 간 경쟁의 논리가 여기서도 보인다. 과학 기술이 문명의 생존을 결정한다. 과학에 투자하지 않은 문명은 뒤처지고, 뒤처진 문명은 정복당한다. 총, 균, 쇠에서 다이아몬드가 보여준 것과 같은 구조다.

7년간 이 블로그에서 80권 가까운 책을 다루었다. 그 모든 독서가 이 한 권을 다시 읽는 눈에 축적되어 있다. 처음 읽을 때 보이지 않았던 연결이 보인다. 하라리의 허구 개념은 도킨스의 밈과 통하고, 쿤데라의 키치와 통하고, 오웰의 뉴스피크와 통한다. 하라리의 농업혁명론은 소로우의 필요 비판과 통한다. 하라리의 제국론은 투키디데스의 힘의 논리와 통한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책들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오래 읽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다.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다. 같은 책을 읽지만 다른 것이 보인다. 이것이 재독의 핵심이다. 책이 거울이라면, 7년의 시간이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바꾼 것이다. 주름이 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야는 분명히 넓어졌다. 그리고 넓어진 시야가 같은 책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내달에는 노예의 길을 다시 펼칠 생각이다. 7년간의 중간 결산.

유발 노아 하라리
원저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