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발견』 — 대화의 기술에 대하여
시어도어 젤딘의 이 책은 분류하기 어렵다. 역사서인가, 에세이인가, 철학서인가. 아마 셋 다일 것이다. 젤딘은 역사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역사를 빌려 인생에 대해 쓴다. 사랑, 일, 대화, 고독, 음식, 여행.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을 역사적 맥락에서 탐구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은 대화에 관한 부분이었다. 젤딘은 대화를 인류 역사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발명이라고 부른다. 전쟁이 역사를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대화가 역사를 바꾼다. 적과 협상하는 것,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것,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관찰이 포퍼의 열린 사회와 연결된다. 포퍼가 말하는 열린 사회의 핵심은 비판적 대화다. 서로의 주장을 비판하고, 반박하고, 개선하는 과정. 이 과정이 대화다. 닫힌 사회는 대화가 없는 사회다. 명령만 있는 사회. 젤딘과 포퍼는 같은 것을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다.
젤딘이 고독에 대해 쓴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고독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세계를 넓힌다면,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세계를 깊게 만든다. 이 블로그가 어쩌면 자기 자신과의 대화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이것은 독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읽은 것을 소화하기 위해.
젤딘의 문체는 박학하지만 무겁지 않다. 한 주제에 대해 동서고금의 사례를 넘나들면서 이야기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 일본까지, 중세 유럽에서 아프리카까지. 이 넓은 시야가 이 책의 매력이다. 좁은 전문성보다 넓은 교양이 주는 즐거움. 이것도 대화의 일종이다. 다른 시대, 다른 문화와의 대화.
일에 관한 장에서 젤딘은 묻는다. 왜 많은 사람이 자기 일을 싫어하는가. 그의 답은 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일과 자기 사이의 관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일이 자기표현이 될 때 일은 즐겁다. 일이 강제가 될 때 일은 고통이다. 소로우가 월든에서 던진 질문과 같다. 당신은 왜 일하는가. 돈을 벌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의미를 찾기 위해서인가.
이 책은 답을 주는 책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좋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보다 오래 남는다. 이 블로그에서 7년간 읽은 책들도 결국 질문의 모음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자유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의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 질문들이 아직 답해지지 않았다는 것이, 계속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음식에 관한 장도 기억에 남는다. 젤딘은 음식의 역사를 다루면서, 먹는 것이 단순한 생존의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행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을 먹느냐, 누구와 먹느냐, 어떻게 먹느냐. 이 모든 것이 정체성의 표현이다. 혼자 먹는 것이 자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고독한 미식가에서도 느꼈던 것인데, 젤딘은 이것을 역사적 맥락에서 확인해준다. 함께 먹는 것이 규범이 된 것은 역사적으로 특정한 시기에 형성된 것이지,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
젤딘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 블로그가 어쩌면 젤딘이 말하는 대화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책과의 대화, 과거의 자기와의 대화,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와의 대화. 7년간 글을 쓰면서, 한 번도 독자를 의식한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누군가가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글의 형태를 만든다. 완전히 혼자를 위한 글이라면 이렇게 정돈해서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정돈이 대화의 시작이다.
젤딘이 여행에 대해 쓴 부분도 있다. 그는 여행을 만남의 기회로 본다. 풍경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느낀 것과 비슷하다. 여행의 진짜 효용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에 있다. 풍경은 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대화는 현장에서만 가능하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에세이를 읽기 좋은 계절이다. 젤딘의 책은 어떤 답을 주지 않지만, 질문의 목록을 풍요롭게 만든다. 좋은 질문의 목록을 가지고 사는 것, 그것이 젤딘이 말하는 인생의 발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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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도어 젤딘
원저 The Hidden Pleasures of Lif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