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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정치 · 6월. 15, 2024

『노예의 길』 다시 읽기 — 4년 만에 다시 만난 하이에크

4년 만에 다시 펼쳤다. 2020년 1월에 처음 이 블로그에서 다루었던 책이다.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하이에크의 핵심 논증을 충실하게 정리한 글이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 같은 책에서 다른 것이 보인다.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선의의 위험이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계획이 왜 자유를 침해하는가. 이 질문이 그때는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4년이 지나면서 이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좋은 의도가 통제로 변하는 과정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규정이 만들어지고, 관리 부서가 생기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게 되는 과정. 처음의 취지는 사라지고 규정만 남는 것.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새로 들어온 것은, 하이에크가 자유의 취약성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다. 처음 읽을 때는 자유와 계획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자유 자체의 성격에 초점이 갔다. 자유는 튼튼한 것이 아니다. 한 번 얻으면 영영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는 매 세대가 다시 확인하고, 다시 지키고, 다시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4년 전에는 이 말이 수사처럼 들렸다. 이번에는 사실처럼 들린다. 4년 동안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자유가 위협받는 장면은 극적이지 않다. 조용히, 점진적으로, 좋은 명분 아래에서 일어난다. 하이에크가 경고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적의 침략이 아니라 자기 사회 안에서, 좋은 일을 하겠다는 명분 아래에서, 자유가 줄어드는 것.

프리드먼, 포퍼를 읽고 나서 다시 하이에크를 읽으니, 세 사람의 사상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지는 것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프리드먼은 자유의 경제적 조건을 말했다. 포퍼는 자유의 인식론적 조건을 말했다. 하이에크는 자유의 제도적 조건을 말한다. 세 사람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자유는 유지된다. 하나라도 무너지면 나머지도 무너질 수 있다.

처음 읽을 때와 비교하면, 나의 독서도 달라졌다. 4년 전에는 하이에크의 논증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 이번에는 논증의 배경을 더 많이 본다. 1944년, 2차 대전 중에 이 책을 쓴 하이에크의 절박함. 유럽이 전체주의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 승전 후의 영국이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 절박함이 책의 에너지다.

같은 책을 다른 시점에 읽는 것의 가치를 이번에 다시 확인했다. 책은 변하지 않지만, 읽는 사람은 변한다. 4년 동안 50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서, 플라톤도, 니체도, 도스토예프스키도, 투키디데스도 거쳤다. 이 모든 독서가 하이에크를 다시 읽는 눈에 축적되어 있다. 처음 읽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인다. 처음에는 동의했던 부분에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이 재독의 즐거움이다.

하이에크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하이에크가 경계하는 계획은 어디까지인가. 모든 계획이 위험한가. 국민 건강보험도, 의무 교육도, 최저 임금도 계획이다. 이것들도 노예의 길로 가는 첫 걸음인가. 하이에크 자신은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인정했다. 그러나 최소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이 모호함이 하이에크 사상의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권력은 분산되어야 한다.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유는 깨지기 쉬운 것이고, 지키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메시지는 4년 전에도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고, 아마 4년 후에도 중요할 것이다.

4년 전에는 하이에크의 논증이 고립된 것처럼 보였다. 이번에는 수천 년의 사상사 속에서 하이에크가 어디에 서 있는지가 보인다. 그동안 읽은 책들이 렌즈가 되어, 같은 문장에서 다른 깊이가 느껴진다. 이 맥락이 보이면 하이에크의 무게가 달라진다.

이 책을 2년 후에 또 다시 읽을 것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다.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시점에서 다시 펼치게 되는 책. 매번 다른 것이 보이는 책. 이 블로그의 첫 사상서였고, 아마 마지막 사상서도 이 책일 것이다.

이 책을 다시 읽는 것으로 올해 전반기를 마무리한다. 후반기에는 좀 다른 종류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 SF와 문학. 하이에크의 무거움 이후에 필요한 것은 상상의 날개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원저 The Road to Serfdom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