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2권 — 기차역의 마지막 장면
2권은 안나의 하강과 레빈의 상승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안나는 점점 고립되고, 브론스키와의 관계는 질투와 불안으로 변질되고, 사회의 문은 하나씩 닫힌다. 레빈은 키티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삶의 의미를 서서히 찾아간다. 두 이야기가 나란히 가면서, 한쪽이 어두워질수록 다른 쪽이 밝아진다.
안나의 마지막은 기차역이다. 기차에 몸을 던진다. 이 결말을 알면서 읽었지만, 도달하는 과정이 견디기 어려웠다. 안나가 점점 좁아지는 것을 보는 것. 사랑했던 사람을 의심하고, 의심이 강박이 되고, 강박이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과정. 톨스토이는 이 과정을 세밀하게, 느리게, 잔인할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한다.
안나의 비극은 사회의 위선에서 온 것이기도 하고, 그녀 자신의 성격에서 온 것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어느 한쪽을 탓하지 않는다. 사회가 안나를 추방한 것은 사실이지만, 안나의 강렬함이 자기를 파괴한 것도 사실이다. 이 양면성이 톨스토이의 깊이다. 단순한 희생자 서사도, 단순한 자업자득 서사도 아닌, 복잡한 인간의 이야기.
레빈의 결론은 안나의 비극과 대비된다. 레빈은 소설의 마지막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다. 농부가 좋은 사람을 위해 산다고 말한 한 마디에서 온다. 선을 위해 사는 것. 이 단순한 답이 레빈을 구원한다. 이것이 톨스토이의 답이다. 삶의 의미는 대단한 곳에 있지 않다. 평범한 삶 속에, 일상의 선 속에, 가족과 노동 속에 있다.
의미가 삶을 지탱한다. 극한의 상황에서든 평범한 일상에서든, 의미를 찾는 인간의 욕구는 같다. 의미 없이는 살 수 없다.
안나에게는 이 의미가 없었다. 아니, 있었다. 브론스키에 대한 사랑이 그녀의 의미였다. 그런데 그 의미가 불안정했다. 한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전부 걸면, 그 사람이 흔들릴 때 삶도 흔들린다. 안나의 비극은 사랑의 부재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절대적 의존이다. 의미의 원천이 하나뿐이면 그 원천이 마를 때 전부가 마른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올 한 해를 돌아보았다. 2024년은 다양한 책을 읽은 해였다. 대망으로 일본 전국시대를 거쳤고, 걸리버의 풍자를 경험했고, 삼체의 우주로 갔고, 하루키를 다시 만났고, 톨스토이로 마무리한다. 경영서에서 시작해 사상서, 역사서, SF, 문학을 두루 거친 6년간의 독서가 이 소설 앞에서 합류하는 느낌이 있다. 톨스토이는 모든 것을 담는 작가이니까.
안나의 마지막 몇 시간을 톨스토이는 의식의 흐름으로 서술한다. 안나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 단편적 생각들. 브론스키에 대한 의심,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 세상에 대한 분노. 이 생각들이 기차의 리듬처럼 반복되면서 점점 빨라진다. 그리고 기차역에 도착한다. 기차와 기차역이 이 소설의 처음과 끝에 있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처음 만난 곳도 기차역이었고, 안나가 마지막을 맞이하는 곳도 기차역이다. 이 대칭이 소설의 구조를 완성한다.
톨스토이가 안나를 단죄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소설의 제사가 힌트를 준다. 복수는 나의 것이니 내가 갚으리라. 이것은 안나에 대한 신의 심판인가. 톨스토이 자신은 안나를 동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의 구조는 안나의 삶을 파멸로 이끈다. 이 간극이 이 소설의 복잡함이다. 작가가 동정하는 인물을 파멸시키는 소설. 안나는 악인이 아니다.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런데 그 진심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이것을 비극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레빈의 결론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선을 위해 사는 것이 삶의 의미라는 답. 이 답이 충분한가. 의미의 원천은 다양할 수 있다. 일, 사랑, 고통. 톨스토이는 선이라는 하나의 답을 제시한다. 이 답이 레빈에게는 구원이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6년째 이 블로그를 쓰고 있다. 내년이면 7년차다.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이것 없이는 좀 허전할 것 같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적는 것. 이 단순한 순환이 나의 일상에 하나의 리듬을 만들어주었다. 레빈이 건초 베기에서 리듬을 찾았듯이, 나는 독서와 글쓰기에서 리듬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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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톨스토이
원저 Анна Каренина (1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