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에 관한 짧은 후기 — 두 달이 지나서 정리하는 세 가지 기준
※ 8월 말에 올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유지될 수 있는 것만이 진짜다 글의 후속이다. 그 글에 적었던 한 제품에 대해 같은 고민을 적어 보내신 분이 두 달 사이 꽤 있었다. 일일이 답하지 못한 미안함도 있고, 한 번에 정리해두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별도의 글로 적는다.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 같은 이야기를 적어 보내신 분들이 있었다. 검은 옷을 옷장 안쪽으로 밀어 넣은 지 오래라는 이야기. 피부과와 스케일링과 유명한 샴푸를 모두 거쳤다는 이야기. 어디서부터 다시 봐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대부분 내가 몇 년 동안 지나온 길과 거의 같았다.
그래서 이 글에는 두 가지만 적기로 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보고 결국 한 제품을 골랐는지.
먼저 짧게 내 이야기.
8월 중순, 도쿄 출장의 마지막 밤이었다. 호텔 욕실 거울 앞에서 검은 셔츠를 꺼내 들다가 어깨에 희미하게 흰 것이 올라와 있는 걸 보았다.
새삼 놀랄 일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검은 옷은 옷장에서 조용히 빠져나가 있었다. 회색, 감색, 연한 체크. 무의식 중에 선택지에서 검정을 지운 것이다.
한 사람이 옷장에서 한 가지 색을 지운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 두 장의 메모
8월의 메모
도쿄 출장에서 돌아온 밤. 검은 셔츠를 옷장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 가을에도 꺼내지 않을 셈이다.11월의 메모
평일 아침. 옷장에서 검은 셔츠를 꺼내 입었다. 한참 만이었다. 출근길에 어깨를 신경 쓰는 일도 없었다.


이 두 장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적는다.
도쿄에서 돌아온 그 주말, 책장 구석에서 하루키의 얇은 에세이 한 권을 꺼냈다. 그 책의 한 문장이 그동안의 두피 케어를 다른 풍경으로 바꿔놓았다.
그 이야기는 원래 글에 적어 두었다. 여기서는 그 결론만 짧게 옮겨둔다.
유지될 수 있는 것만이 진짜다.
피부과, 스케일링, 유명한 샴푸. 매번 잠깐이었고 매번 원점이었다. 그동안 두피에 쏟은 돈과 시간이 그대로 그 문장의 반례로 떠올랐다.
문제는 내가 게을렀다는 것이 아니었다. 매번 잘못된 것을 골라 쓰고, 또 갈아치우고 있었던 것이다.
근본을 다시 봐야 했다.
며칠 새벽 두피에 관한 자료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반나절쯤 지나고 나니 두피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이 세 가지로 정리됐다.
▣ 두피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 — 세 가지 기준
1. 약산성 pH 5.5의 세정
두피의 정상 pH는 약산성, 5.5 근방이다. 이 막이 균형을 유지하고 외부 자극을 차단한다.
그런데 시중 샴푸의 대부분은 pH 6.5에서 8.0 사이다. 약알칼리성 쪽이다.
매일 머리를 감는 행위가 매일 두피의 산도 균형을 깨뜨리고 있었던 셈이다. 몸을 씻는 일이 몸을 해치는 일일 수 있다는 역설이 쉽게 소화되지 않았다.

2. 순수 α-토코페롤 (진짜 비타민 E)
두피는 매일 자외선과 미세먼지, 헤어드라이어의 열,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기관이다.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축적되고, 모낭 주변의 조직이 천천히 산화된다. 그래서 두피 세정제에는 항산화 성분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피부에 가장 잘 알려진 항산화 성분이 비타민 E, 화학명으로 토코페롤이다.
그래서 거의 모든 샴푸 성분표 끄트머리에 “토코페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제품이 실제로 넣는 것은 순수 α-토코페롤이 아니다. 토코페릴 아세테이트라는 유도체다. 화학 구조를 변형해 보관이 쉽도록 만든 버전.
문제는 이 유도체의 실제 항산화 활성이 순수 α-토코페롤의 약 5퍼센트 수준이라는 점이다. 순수가 95라면 유도체는 5. 열아홉 배 차이.
업계가 유도체를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싸고 안정적이니까. 효력은 떨어지더라도, 성분표에 “비타민 E”라고 적을 수는 있으니까.

3. 성분이 두피까지 도달하는 전달 기술
순수 α-토코페롤은 쓰기가 까다로운 원료다. 공기와 빛과 열에 닿으면 스스로 산화되어 효력을 잃는다.
그래서 이 성분을 살아 있는 채로 두피까지 보내려면 별도의 보호·전달 기술이 필요하다. 성분이 적혀 있다는 것과 그 성분이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자료를 따라가는 방식에 대해 한 가지만 적어둔다. 요즘은 논문 PDF를 AI에 올리면 한국어로 핵심을 요약해 받아볼 수 있다. 위 세 편의 제목으로 검색해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권한다. 누군가의 정리된 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한 번이라도 일차 자료를 들여다본 것 사이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다.
이 세 가지가 정리되자 지난 몇 년이 다른 풍경으로 보였다.
내가 쓰던 것들은 성분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다. 성분이 적혀 있었지만 닿지 않았거나, 이미 죽어 있었다. 평생을 두고 성분표만 들여다본 소비자로서 받은 한 번의 뒤통수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오랜 지인 하나가 지나가는 말처럼 한 브랜드 이름을 건넸다.
평소 같으면 흘려들었을 말이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 브랜드가 내가 새벽에 정리한 세 기준을 정확히 겨누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디어로렌이라는 이름이었다.
브랜드의 이름 “로렌”은 창업자의 딸 이름이다. 심한 건조피부로 밤마다 긁어 잠을 설치던 아이를 위해 창업자는 시중의 모든 것을 써보았다고 한다. 결과는 늘 같았다. 바를 때 잠깐, 시간이 지나면 원점.
돌파구는 뜻밖의 자리에서 왔다. 어느 제약 관련 프로젝트에서 그는 하버드에서 약물전달 기술을 오래 연구한 전문가를 만났고, 그로부터 한 가지 사실을 들었다.
성분이 아니라 전달이 문제다.
대부분의 스킨케어 성분은 피부 표면에 머물다 씻겨 나갈 뿐 정작 필요한 곳까지 닿지 못한다는 것. 두 사람은 곧 함께 브랜드를 세웠다.
그들이 개발한 기술이 SNV 나노캡슐이다. 순수 α-토코페롤처럼 예민한 성분을 머리카락 굵기의 오백 분의 일, 200나노미터의 삼중 보호막으로 감싼다. 빛과 열과 공기를 견디고, 각질층을 통과해 살아 있는 채로 도달한다.
대기업 여러 곳에서 공동 마케팅 제안이 왔다고 한다. 미팅에서 돌아온 질문은 거의 같았다. 원가를 좀 낮출 수 없나요. 창업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딸의 이름을 붙인 제품의 성분을 깎을 수는 없었다는 이유였다.
성분을 대하는 태도가 어딘가 책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었다. 깎지 않는 것. 원래 그대로를 지키려는 것.
그들이 만든 샴푸가 디어로렌 인텐시브 바스&샴푸다. 약산성 pH, 순수 α-토코페롤, SNV 나노캡슐. 며칠 밤을 새워 정리한 세 기준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제품이었다.
▸ 디어로렌 인텐시브 바스&샴푸 — 세 기준을 모두 갖춘 제품 보러 가기
그날로 주문했다. 그 이후로 다른 것을 쓰지 않았다.
두피에 어떤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쓰고 싶지는 않다. 그런 서술은 이 블로그의 오래된 약속과 맞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만 적어둔다. 며칠 전 옷장 앞에서 검은 셔츠를 꺼내 입었고, 그날 하루 동안 한 번도 어깨를 신경 쓰지 않았다.
몇 년 만의 일이었다.
주문하면서 그들의 사이트를 천천히 둘러봤다. 화려한 모델 사진으로 시선을 끄는 여느 화장품 쇼핑몰과는 결이 달랐다. 브랜드의 철학과 성분에 관한 글이 차분히 정리되어 있었다. 한 페이지씩 읽는 동안 두피 외의 것까지 함께 공부가 됐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자세라고 느꼈다.
그 이후로 이 브랜드의 다른 제품도 몇 가지 함께 시도해봤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부가 불규칙하게 반응하는 나에게는 인상 깊은 것이 더 있었다. 그 이야기는 기회가 닿으면 따로 적어두려고 한다.
한 가지 솔직하게 적어둔다. 몇 달이 지나는 사이, 나는 이 브랜드의 팬에 가까워졌다. 단순히 한 제품이 잘 맞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일을 대하는 자세가 좋아서다. 이런 브랜드가 더 많이 알려지고 더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정돈했다.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같은 고민을 가진 분이 한 분이라도 덜 헛되이 시간을 쓰셨으면 해서다.
▣ 세 줄 요약
- 두피 정상 pH는 5.5인데, 시중 샴푸 대부분은 6.5~8.0이다. 매일 감을 때마다 두피 산도 균형이 무너진다.
- “비타민 E”라고 적힌 거의 모든 샴푸의 실제 성분은 활성이 5%인 유도체다. 진짜 성분(순수 α-토코페롤)을 넣은 제품은 드물다.
- 진짜 성분을 넣어도 두피까지 살아서 도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보호·전달 기술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갖춘 제품이 디어로렌 인텐시브 바스&샴푸였다.
이 글의 배경이 된 책 이야기, 그리고 그 새벽 자료를 읽으며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두 달 전 글에 적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