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열다섯 살
하루키의 세 번째 책이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재독』에 이어 세 번째. 이번에는 좀 다른 하루키를 만났다. 노르웨이의 숲이 현실적 소설이었다면, 해변의 카프카는 환상적 소설이다. 현실의 규칙이 느슨해지고,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고양이가 말을 하고, 입구석이라는 신비로운 공간이 열린다.
카프카 다무라는 열다섯 살 소년이다.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시코쿠의 작은 도서관에 숨어든다. 이 소년에게 아버지가 건 저주가 있다. 오이디푸스의 저주와 같은 것.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누나와 잠자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저주. 카프카는 이 저주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나 벗어나려 할수록 저주에 가까워진다.
이 오이디푸스적 구조가 이 소설의 뼈대이지만, 하루키는 그리스 비극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는다. 비틀어놓는다. 운명인지 선택인지가 모호해진다. 저주가 실현된 것인지, 카프카가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 모호함이 하루키의 세계다.
나카타라는 노인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어린 시절의 사고로 글을 읽지 못하고, 대신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게 된 노인. 나카타의 이야기는 카프카의 이야기와 평행하면서 교차한다.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소설의 끝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다. 하루키는 설명하지 않는다. 보여줄 뿐이다.
출장으로 도쿄에 갔을 때 이 책을 읽었다. 호텔 방에서 밤늦게 읽었다. 하루키의 소설을 일본에서 읽는 것은 다른 경험이었다. 소설 속의 공간 — 시코쿠의 작은 도서관, 숲 속의 오두막 — 이 같은 나라의 어딘가에 있다는 것. 이 물리적 근접성이 소설의 환상을 더 실감나게 만들었다.
도서관이 이 소설의 중심 공간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카프카는 도서관에 숨어든다. 책 사이에서 안전을 찾는다. 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다. 책이 벽이 되어 현실을 차단한다. 이 이미지가 독서에 대한 하루키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독서는 피난이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 동시에 독서는 귀환이다. 책 속에서 배운 것을 안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열다섯 살이 되겠다는 카프카의 다짐이 소설의 모토다. 강인함이란 무엇인가. 이 소설이 보여주는 강인함은 주먹의 강인함이 아니다. 불확실함을 견디는 강인함이다. 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 운명의 저주 앞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 이것이 열다섯 살의 소년이 배우는 것이다.
하루키의 세 작품을 거치면서,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노르웨이의 숲은 현실주의적 소설이었다. 해변의 카프카는 환상주의적 소설이다. 그런데 두 소설의 핵심은 같다. 상실과 성장. 노르웨이의 숲에서 와타나베가 나오코의 상실을 통해 성장했듯이, 해변의 카프카에서 카프카는 아버지로부터의 도주를 통해 성장한다. 형식은 다르지만 구조는 같다. 하루키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옷을 입혀 반복하는 작가다. 그런데 그 반복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옷이 매번 충분히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오시마라는 인물이 인상적이다. 도서관의 사서. 성별의 경계에 선 인물. 오시마는 카프카에게 여러 차례 중요한 말을 한다. 그중 하나가 불완전함에 대한 것이다. 완벽한 것은 아름답지 않다. 불완전한 것이 아름답다. 이것은 장자의 쓸모없는 나무와 통한다. 완벽하게 쓸모 있는 나무는 베어진다. 불완전하게 쓸모없는 나무는 살아남는다. 불완전함이 오히려 힘이 되는 것.
출장지의 호텔에서 이 책을 읽은 경험이 소설의 내용과 겹친다. 카프카가 낯선 도시에서 도서관에 숨어들듯이, 나는 낯선 도시의 호텔 방에서 책 속에 숨어들었다. 출장의 바쁨 속에서 밤에만 찾아오는 고요한 시간. 그 시간에 이 소설을 읽는 것.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밤. 하루키의 소설은 이런 밤에 가장 잘 읽힌다.
여름이 깊다. 출장에서 돌아와 이 글을 쓴다. 호텔 방에서 읽던 밤이 떠오른다. 창밖의 도쿄 야경과 소설 속의 어두운 숲이 겹쳤던 밤.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열다섯 살. 그 강인함은 힘이 아니라 견딤이다. 답이 없는 세계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 이것이 카프카가 배우는 것이고,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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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원저 海辺のカフカ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