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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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3월. 02, 2019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1퍼센트의 복리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결심을 한다. 올해는 운동을 하겠다, 책을 읽겠다, 영어를 다시 시작하겠다. 그리고 3월이 되면 대부분 잊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해마다 비슷한 결심을 하고, 해마다 비슷한 시점에 그 결심이 흐지부지된다. 이 책을 집어든 것이 공교롭게도 그 시점이었다. 결심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때에.

제임스 클리어가 말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간단하다. 큰 변화를 노리지 말고 아주 작은 변화를 반복하라는 것이다. 매일 1퍼센트씩 나아지면 1년 뒤에는 37배가 된다. 수학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복리의 마법. 금융에서 쓰이는 이 개념을 습관에 적용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약간의 불편함이 시작된다. 돈의 복리는 계좌에 숫자로 찍힌다. 눈에 보인다. 그러나 습관의 복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매일 1퍼센트의 변화가 당장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느껴지지 않는 것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는 것. 이것이 습관의 진짜 어려움이다.

저자도 이것을 안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습관 자체가 아니라 정체성이다. 이 구분이 이 책에서 가장 괜찮은 대목이었다. 매일 달리기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과, 달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행동의 변화이고, 후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의 변화다. 행동은 의지력으로 버티는 것이지만,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하면, 책을 읽지 않는 날이 오히려 어색해진다. 반대로, 올해는 책을 많이 읽겠다고만 결심하면, 읽지 않는 날이 쌓일수록 그 결심은 점점 가벼워진다.

이것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정체성이라는 말의 어원을 따라가면, 반복되는 존재라는 뜻에 닿는다. 우리가 반복하는 것이 우리를 만든다.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은 작가가 되고, 매일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가 된다. 이것은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관찰이다. 행동이 쌓여 정체성이 되고, 정체성이 다시 행동을 낳는다. 이 순환 고리를 제임스 클리어는 꽤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솔직히 자기계발서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대개 이런 책들은 앞부분 30페이지를 읽으면 나머지는 같은 말의 변주다. 핵심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요약 가능하고, 나머지 300페이지는 그 한 문장을 다양한 사례와 비유로 포장하는 데 쓰인다. 이 책도 그 패턴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중반부로 가면 비슷한 이야기가 다른 옷을 입고 반복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뻔한 말을 설득력 있게 정리하는 능력은 인정할 만했다. 그리고 몇 가지 대목은 뻔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환경 설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의지력에 의존하지 말고 환경을 바꾸라는 것이다. 책을 더 읽고 싶으면 소파 위에 책을 올려두고, 과자를 덜 먹고 싶으면 과자를 안 보이는 곳에 넣으라는 것이다. 단순하다. 그런데 이 단순함이 작동하는 이유가 있다. 사람은 자기 의지보다 자기 환경에 더 많이 지배된다. 우리는 스스로의 선택이 자유 의지에 기반한다고 믿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눈앞에 놓인 것에 반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냉장고 앞에 서면 배가 고파지고, 소파에 앉으면 텔레비전을 켜게 된다. 이것을 의지력의 부족이라고 탓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환경이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니까.

어쩌면 우리가 의지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환경이 허락한 결과일 수도 있다. 이 생각이 들자 좀 불안해졌다. 내가 매일 하는 선택들 중에서 진짜 내 의지로 한 것이 얼마나 될까.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먼저 보는 것은 내 의지인가, 핸드폰이 머리맡에 있기 때문인가. 퇴근 후 책을 안 읽는 것은 의지의 문제인가, 소파 앞에 텔레비전이 있기 때문인가. 제임스 클리어의 답은 명쾌하다. 의지력을 키우려 하지 말고, 의지력이 필요 없는 환경을 만들라.

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습관의 네 단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신호, 열망, 반응, 보상. 이 네 단계가 반복되면서 습관이 형성된다. 나쁜 습관을 고치려면 이 네 단계 중 하나를 끊으면 된다. 신호를 안 보이게 하거나, 반응을 어렵게 만들거나. 좋은 습관을 만들려면 반대로 하면 된다. 신호를 눈에 띄게 하고, 반응을 쉽게 만들고, 보상을 즉각적으로 주는 것.

이 프레임워크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명쾌함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명쾌함이 감추고 있는 것 때문이었다. 인간의 행동을 네 단계로 분해한다는 것은, 인간을 일종의 기계로 보는 것이다. 신호를 입력하면 반응이 출력된다. 물론 저자도 인간이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 프레임워크가 작동하는 한, 우리는 기계보다 기계에 더 가까운 존재인 셈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이 책은 밝은 어조로 포장하고 있지만, 잘 읽어보면 그 포장 아래의 메시지는 꽤 냉정하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그 부자유를 이해하면, 역설적으로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히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아니다. 한 달쯤 지나면 대부분의 내용은 잊을 것이다. 그러나 읽고 나서 한 가지를 실행했다.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침대 옆에 책을 한 권 놓아두기 시작했다. 환경을 바꾼 것이다. 지금 한 달째 되어가는데, 아직까지는 유지하고 있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 핸드폰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손이 책으로 간다. 의지력의 승리가 아니라 환경의 승리다.

이것이 37배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 복리의 마법이 작동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사람의 인내심은 대개 복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보다 먼저 바닥난다. 다만 밤에 핸드폰 대신 책을 펼치는 시간이 늘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시간들이 쌓여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제임스 클리어의 말을 빌리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밤마다 책을 펼치는 이 습관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갈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은 있다.

제임스 클리어
원저 Atomic Habit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