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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정치 · 1월. 17, 2021

『자본주의와 자유』 — 자유의 조건으로서의 시장

새해의 첫 책으로 다시 사상서를 골랐다. 작년 초에 하이에크를 읽고 올해 초에는 프리드먼을 읽는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새해에 사상서를 읽는 것이 일종의 의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겨울의 긴 밤에 무거운 책을 읽는 것. 이것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한 해의 독서 방향을 잡아주기도 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하이에크와 함께 20세기 자유주의 경제학의 두 기둥 중 하나다. 하이에크가 사상가에 가깝다면, 프리드먼은 경제학자에 가깝다. 하이에크가 자유의 철학을 다루었다면, 프리드먼은 자유의 정책을 다룬다. 이 차이가 두 사람의 책을 읽는 경험을 다르게 만든다. 하이에크를 읽으면 생각이 깊어지고, 프리드먼을 읽으면 시야가 넓어진다.

이 책의 핵심 명제는 간결하다. 경제적 자유는 정치적 자유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 이 명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함의는 깊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것은 돈을 벌 자유가 중요하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적 자유가 없으면 정치적 자유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경제를 통제하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은 생계 수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리를 따라가보면, 시장 경제는 단순히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을 분산시키는 정치적 장치다. 수천 개의 기업이 있으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국영이라면,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일할 수 없다. 소련에서 반체제 지식인들이 겪은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국가가 유일한 고용주인 사회에서 국가에 반대한다는 것은 곧 실업을 의미했다.

프리드먼이 구체적인 정책 제안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이 책의 진짜 묘미다. 그는 교육 바우처 제도를 제안한다. 정부가 학교를 직접 운영하는 대신, 학생에게 교육비를 지급하고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의무 면허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의사 면허가 환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독점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들은 당시에도 논쟁적이었고 지금도 논쟁적이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프리드먼의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가면, 정부의 역할이 극도로 축소된다. 교육도, 의료도, 연금도 시장에 맡기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가까워진다. 이 결론이 현실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다. 시장이 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시장이 공정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시장에서 태어날 때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장의 자유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의 가장 강력한 통찰은 정책 수준이 아니라 원칙 수준에 있다. 정부의 모든 행위에는 비용이 있다는 것. 그 비용은 누군가의 자유라는 것. 정부가 무언가를 해줄 때마다, 그 대가로 누군가의 선택이 줄어든다는 것. 이 트레이드오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좋은 일을 하려 할 때에도, 그 좋은 일의 비용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 프리드먼이 평생 반복한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을 연속으로 읽으면서, 두 사람의 차이가 더 선명해졌다. 하이에크는 지식의 한계를 강조한다. 한 사람이, 혹은 한 집단이 사회 전체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 프리드먼은 선택의 자유를 강조한다. 개인이 자기 삶에 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때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 출발점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은 곳으로 향한다.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고,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

이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결론이 제기하는 질문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무언가를 해줄 때, 그 비용은 무엇인가. 좋은 의도의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이 질문들을 묻지 않는 사회는 프리드먼이 경고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프리드먼의 문체는 하이에크와 다르다. 하이에크는 철학적이고 추상적이다. 그의 문장은 깊지만, 때때로 따라가기 어렵다. 프리드먼은 명료하고 구체적이다. 복잡한 경제학적 논증을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낸다. 이것은 능력이다. 어려운 것을 어렵게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어려운 것을 쉽게 쓰는 것은 진짜 이해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래서 쉽게 쓸 수 있었다.

이 책이 1962년에 출간되었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당시 미국은 케네디 행정부 시절이었고,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었다. 뉴딜 이후 정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에, 프리드먼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그의 주장은 당시에는 소수 의견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레이건과 대처가 등장하면서 프리드먼의 사상은 정책으로 실현되었다. 소수 의견이 주류가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사상의 시간과 정치의 시간은 다르다.

겨울이 깊다. 올해도 사상서로 시작했다. 하이에크, 프리드먼, 그리고 작년에 읽은 아담 스미스. 이 세 사람이 한 줄로 이어진다는 것이 점점 선명해진다. 개인의 자유, 시장의 질서, 권력의 제한. 이 세 가지가 자유주의의 기둥이다. 올해도 이 기둥들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는 책들을 만나고 싶다.

밀턴 프리드먼
원저 Capitalism and Freedom (19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