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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월. 21, 2021

『로마인 이야기』 2권 — 한니발이라는 이름

1권에서 예고한 대로 2권으로 돌아왔다. 2권은 한니발 전쟁을 다룬다. 시오노 나나미의 필력이 가장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니발이라는 인물이 워낙 극적이기 때문이다.

한니발 바르카. 카르타고의 장군. 알프스를 코끼리와 함께 넘어 이탈리아를 침공한 사람. 이 행군 자체가 전쟁사에서 가장 대담한 작전 중 하나다. 스페인에서 출발해 프랑스를 가로지르고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북부에 도착하기까지, 병사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그럼에도 남은 병력으로 로마군을 연달아 격파했다. 트레비아, 트라시메노 호수, 그리고 칸나이. 칸나이 전투에서 로마는 하루에 5만 명 이상의 병사를 잃었다. 로마 역사상 최악의 패배였다.

시오노 나나미는 한니발을 경외에 가까운 시선으로 그린다. 전술적 천재, 카리스마적 지도자, 불굴의 의지. 이 묘사에는 과장이 없다. 한니발은 실제로 그런 사람이었을 것이다. 알프스를 넘고, 적의 본토에서 15년간 싸우면서 한 번도 결정적 패배를 당하지 않은 장군. 역사에 이런 인물은 드물다.

그러나 이 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한니발이 아니다. 파비우스 막시무스다. 한니발에게 연달아 패한 뒤 로마가 선택한 전략은 결전을 피하는 것이었다. 파비우스는 한니발과 정면 대결을 하지 않았다. 대신 한니발의 보급선을 끊고, 동맹 도시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하고, 시간을 끌었다. 지연 전략. 이 전략은 당시 로마 시민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한니발을 소모시켰다.

파비우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정확한 판단이 인기 있는 판단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결전을 원한다. 적과 맞서 싸워 이기는 드라마틱한 승리를. 그러나 때로는 싸우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 이것을 실행하려면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파비우스는 감수했다. 그리고 옳았다.

결국 한니발을 이긴 것은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였다. 한니발의 전술을 배워서 한니발을 이긴 사람. 자마 전투에서 한니발은 생애 첫 패배를 당한다. 적에게 배운다는 것. 이것도 로마의 미덕 중 하나였다. 로마는 자존심이 강한 나라였지만, 더 강한 것은 실용주의였다. 적의 전술이 좋으면 배웠고, 적의 무기가 좋으면 채택했다. 이 유연성이 로마를 살렸다.

한니발의 이야기에서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패배의 의미였다. 한니발은 전술적으로는 거의 무적이었지만, 전략적으로는 실패했다. 이탈리아에서 15년을 싸웠지만 로마를 함락하지 못했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다. 전투와 전쟁의 차이. 전술과 전략의 차이. 이 구분이 중요하다. 매번의 싸움에서 이기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질 수 있다. 반대로 몇 번의 싸움에서 지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이길 수 있다.

이것은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의에서 매번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는 사람이 결국 조직에서 밀려나는 경우를 보았다.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 진 것이다. 반대로 양보를 잘 하면서 핵심적인 순간에만 의견을 내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 파비우스처럼.

시오노 나나미의 서술이 때때로 감정적이라는 것은 1권에서 느낀 것과 같다. 한니발에 대한 경외가 지나칠 때가 있고, 로마에 대한 애정이 균형을 깨뜨릴 때가 있다. 그러나 이 권은 이야기 자체가 워낙 극적이어서, 서술의 편향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대결은 객관적으로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결 중 하나이니까.

한니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유주의 사상과의 연결을 생각해보았다. 한니발은 천재적 개인이었다. 그러나 카르타고라는 국가는 한니발 한 사람에게 의존했다. 한니발이 이탈리아에서 15년간 싸우는 동안, 카르타고 본국은 충분한 지원을 보내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 한니발에 대한 질투, 단기적 이익 계산. 이 때문에 한니발은 혼자서 전쟁을 수행해야 했다. 로마는 달랐다. 한 장군이 패하면 다른 장군이 나섰다. 시스템이 개인보다 강했다. 한니발이라는 천재를 이긴 것은 스키피오라는 또 다른 천재가 아니라, 로마라는 시스템이었다.

개인의 천재성에 의존하는 조직과 시스템의 힘에 의존하는 조직. 이 차이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했다. 하이에크가 말한 자생적 질서와 비슷한 구조다. 로마의 강점은 한 사람의 뛰어남이 아니라, 누가 와도 작동하는 시스템에 있었다. 한니발이 아무리 뛰어나도 카르타고의 시스템은 그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천재 한 사람보다 견고한 시스템 하나가 더 강하다는 교훈. 이것은 전쟁뿐 아니라 조직 전반에 적용되는 원리다.

시오노 나나미의 서술이 때때로 감정적이라는 것은 1권에서 느낀 것과 같다. 한니발에 대한 경외가 지나칠 때가 있고, 스키피오에 대한 애정이 균형을 깨뜨릴 때가 있다. 역사를 영웅의 이야기로 읽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 구조를 놓칠 수 있다. 한니발 전쟁의 진짜 교훈은 한니발의 천재성이 아니라, 천재성을 이기는 시스템의 힘이다.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는 시스템보다 영웅에 더 관심이 있다. 그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자 한계다.

3권은 올여름에 읽을 생각이다. 이 시리즈를 천천히 읽어가는 것이 즐겁다. 한 권을 읽고 반 년을 두고 생각하는 것. 그 사이에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로마에 대한 생각이 숙성되는 것. 이런 독서 방식이 이 시리즈에 잘 맞는다.

시오노 나나미
원저 ローマ人の物語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