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 2권 — 헤겔과 마르크스라는 적
1권에서 플라톤을 다루었다면, 2권은 헤겔과 마르크스를 다룬다. 포퍼는 헤겔에 대해 특히 가혹하다. 헤겔의 철학을 허풍이라고까지 부른다. 이 격렬함이 의외였다. 포퍼는 대체로 논리적이고 절제된 사람인데, 헤겔 앞에서는 감정이 드러난다.
포퍼가 헤겔을 공격하는 이유는, 헤겔의 변증법이 역사주의의 가장 세련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헤겔에 따르면 역사는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모순이 충돌하고, 그 충돌에서 더 높은 차원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필연적이다. 역사는 자유의 실현을 향해 나아간다. 이 서사가 포퍼에게는 위험하다. 역사에 필연적 방향이 있다고 주장하면, 그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을 억압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포퍼의 태도는 헤겔과 다르다. 포퍼는 마르크스를 존경한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비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19세기의 착취, 노동 조건, 빈부 격차. 마르크스가 이것들을 고발한 것은 정당했다. 포퍼가 비판하는 것은 마르크스의 도덕이 아니라 마르크스의 방법론이다. 마르크스는 역사에 법칙이 있다고 믿었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하고, 사회주의가 필연적으로 도래한다는 예언. 포퍼는 이 예언을 과학이 아니라 예언이라고 부른다. 반증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포퍼의 과학 철학이 정치 철학과 만난다. 포퍼는 과학의 기준을 반증 가능성으로 정의한 사람이다. 어떤 주장이 과학적이려면, 그것이 틀릴 수 있는 조건을 명시해야 한다. 마르크스의 역사 법칙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자본주의가 붕괴하지 않으면 아직 조건이 성숙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예언이 실현되지 않으면 시기가 안 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주장은 반증할 수 없고, 따라서 과학이 아니다.
이 비판이 하이에크의 비판과 합류하는 지점이 있다. 하이에크는 계획경제가 정보의 문제로 실패한다고 말했다. 포퍼는 역사 예측이 인식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둘 다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 미래를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2권에서 가장 깊이 남은 것은 포퍼의 열린 사회 개념이다. 열린 사회는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기반하지 않는다. 열린 사회의 핵심은 비판이다. 모든 것을 비판할 수 있는 사회. 지도자를 비판할 수 있고, 제도를 비판할 수 있고, 이데올로기를 비판할 수 있는 사회. 이 비판의 자유가 보장될 때, 사회는 자기 교정 능력을 갖는다. 잘못을 발견하고, 고칠 수 있다. 닫힌 사회는 이 능력이 없다. 비판이 금지되면, 잘못이 쌓이고, 쌓인 잘못은 결국 붕괴로 이어진다.
이 개념이 시장 경제와 닮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시장에서 가격은 비판의 기능을 한다. 어떤 제품이 나쁘면 가격이 떨어지고, 그 신호를 받아 생산자가 개선한다. 자기 교정이다. 계획 경제에서는 이 신호가 없다. 가격이 정부에 의해 정해지면, 나쁜 제품이 계속 생산된다. 시장은 열린 사회의 경제적 버전이다. 포퍼는 이것을 직접 말하지 않지만, 하이에크와 포퍼를 나란히 놓으면 이 연결이 선명해진다.
포퍼를 두 달 동안 읽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모든 논증을 따라갔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특히 헤겔 비판은 내 수준에서는 온전히 평가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헤겔을 직접 읽지 않은 상태에서 헤겔 비판을 읽는 것은, 피고인 없이 재판을 방청하는 것과 비슷하다. 포퍼의 논증이 날카롭다는 것은 느꼈지만, 그 날카로움이 정당한지는 판단할 자격이 내게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포퍼의 핵심 통찰은 명확하게 남는다. 열린 사회는 비판이 가능한 사회다. 비판이 금지되면 자기 교정 능력이 사라진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값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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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포퍼
원저 The Open Society and Its Enemies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