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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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 · 3월. 19, 2023

『코스모스』 — 별먼지로 만들어진 존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과학서이면서 동시에 시다. 우주에 대한 책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책이다.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인간의 존재를 묻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밤하늘이 다르게 보인다.

세이건의 유명한 표현이 있다. 우리는 별먼지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 — 탄소, 질소, 산소, 철 — 은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별이 폭발할 때 이 원소들이 우주로 흩어지고, 그 먼지가 모여 새로운 별과 행성과 생명을 만든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별의 잔해다. 이 사실이 주는 경이는 어떤 종교적 경험보다 깊을 수 있다.

세이건은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종교의 역할에 도전한다. 그러나 그 도전은 공격적이지 않다. 도킨스의 날카로움과 다르다. 세이건은 부드럽다. 종교가 답하려 했던 질문들 —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주는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을 과학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 그리고 과학의 답이 종교의 답보다 덜 경이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더 경이롭다고.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창백한 푸른 점에 관한 부분이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떠나면서 지구를 찍은 사진. 그 사진에서 지구는 먼지보다 작은 점이다. 세이건은 이 사진을 보면서 쓴다. 저 점 위에서 인류의 모든 역사가 일어났다. 모든 전쟁, 모든 사랑, 모든 종교, 모든 제국. 전부 저 점 위에서.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모든 것이 저 점 하나에 담겨 있다.

이 관점이 겸손을 가르친다. 그러나 세이건이 말하는 겸손은 체념이 아니다. 우리가 작다는 것을 아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해방이다. 우리의 다툼이, 우리의 야심이, 우리의 편견이 얼마나 작은 것인지를 아는 것. 이 앎이 더 넓은 시야를 연다.

포퍼의 열린사회를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묘한 연결이 보였다. 포퍼는 닫힌 사회의 위험을 경고했다. 세이건은 닫힌 시야의 위험을 경고한다. 지구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시야. 우리 문명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오만. 세이건에게 우주를 탐구하는 것은 과학적 호기심만이 아니다. 그것은 겸손의 실천이다.

세이건의 문장은 아름답다. 과학자가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정확함과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사실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감동을 준다. 이것은 드문 재능이다. 대부분의 과학 글쓰기는 정확하지만 건조하다. 세이건은 정확하면서 시적이다.

세이건은 과학적 회의주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 점에서 포퍼와 통한다. 포퍼가 반증 가능성을 과학의 기준으로 삼았듯, 세이건은 증거에 기반한 사고를 강조한다. 비범한 주장에는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과학적 사고의 핵심을 요약한다.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가리키는 것을 따르는 것.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뇌는 패턴을 찾으려 하고, 없는 패턴도 만들어낸다. 별자리가 대표적이다. 별들 사이에 선을 긋고 이야기를 부여하는 것. 별들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인간은 거기서 곰을 보고, 사냥꾼을 보고, 신화를 만든다.

이 패턴 인식 능력이 과학을 가능하게 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신을 낳은 것이기도 하다. 과학과 미신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다. 패턴을 찾되, 그 패턴을 증거로 검증하느냐 마느냐의 차이. 세이건은 이 검증의 중요성을 평생 강조했다.

코스모스라는 단어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카오스의 반대말.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는 것이 코스모스다. 우주는 혼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법칙이 있다. 중력의 법칙, 열역학의 법칙, 양자역학의 법칙. 이 법칙들이 우주를 코스모스로 만든다. 그리고 이 법칙들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이다. 세이건에게 과학은 단순한 직업이나 학문이 아니다. 우주와 대화하는 방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떠올랐다. 도킨스는 생명을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았다. 세이건은 생명을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 유전자보다 더 넓은 시야다. 도킨스가 현미경이라면, 세이건은 망원경이다. 현미경으로 보면 생명은 유전자의 기계다. 망원경으로 보면 생명은 별먼지의 기적이다. 어느 시야가 더 정확한가. 아마 둘 다 맞을 것이다. 척도에 따라 다른 진실이 보인다.

세이건의 글에는 종교적 경건함과 비슷한 것이 있다. 과학자인데 경건하다. 이 조합이 독특하다. 그는 신을 믿지 않지만, 경외를 안다.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느끼는 경외. 이 경외가 종교적 경외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경외가 진짜라는 것은 글에서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다만 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는 횟수가 조금 늘었다.

칼 세이건
원저 Cosmos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