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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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11월. 19, 2023

『신과 나눈 이야기』 — 믿음 없는 사람이 읽는 영성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종교 서적이나 영성 서적은 평소에 읽지 않는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 책을 뒤적이다가 한 구절에 멈추었다. 정확히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언어로 삶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사왔다.

닐 도널드 월쉬가 쓴 이 책은 저자가 신과 대화를 나눈 기록이라고 주장한다. 월쉬가 질문하고 신이 답하는 형식. 이 설정을 문자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내용이다. 신이라고 명명된 화자가 말하는 것은, 기존 종교의 가르침과 상당히 다르다.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존재의 기반이라는 것. 죄와 벌이 아니라 선택과 경험이라는 것. 규율이 아니라 자유라는 것.

이 시각이 흥미로운 것은, 전통적 종교와 정반대에 서 있으면서도 종교적 언어를 쓴다는 점이다. 전통적 종교가 인간에게 자유를 주면 안 된다고, 인간은 자유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해왔다면, 이 책의 신은 정반대로 말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선택의 결과를 경험하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고.

신앙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이 어떻게 읽힐지는 모르겠다. 도발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 전통적 교리를 상당 부분 부정하니까. 신앙이 없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읽힌다. 신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이 책이 제시하는 삶의 태도 — 두려움 대신 사랑, 판단 대신 이해, 통제 대신 자유 — 는 생각해볼 만하다.

물론 한계도 명확하다. 이 책의 주장들은 논증이 아니라 선언이다. 왜 사랑이 두려움보다 나은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그렇다고 말할 뿐이다. 신이 말했으니까. 이 형식이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납득이 아니라 수용을 요구하는 것. 과학 철학의 관점에서 보면 반증 불가능한 주장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논증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논리의 범위 밖에 있는 응답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이 그런 종류의 텍스트인지, 아니면 그냥 검증 불가능한 주장의 나열인지는 독자마다 다르게 판단할 것이다.

가장 오래 생각하게 한 대목은 삶의 목적에 관한 부분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삶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것이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은 동양 철학의 깨달음과 비슷하다. 바깥에서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니라,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

이 책이 제기하는 근본적 질문은, 인간은 왜 의미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것이다. 프랭클은 의미가 생존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니체는 의미의 기원을 의심했다. 카뮈는 의미 없는 세계를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월쉬의 신은 또 다른 답을 제시한다.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삶 자체가 의미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이 답이 만족스러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다양한 답들을 비교하면서 읽는 것의 즐거움은 있다. 프랭클의 의미, 니체의 회의, 카뮈의 수용, 월쉬의 창조. 같은 질문에 대한 네 가지 다른 답. 어느 것이 맞는지보다, 어느 것이 자기에게 울리는지가 중요하다. 나에게는 프랭클의 답이 가장 울린다. 그러나 월쉬의 답에서도 배울 것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종교적 질문에는 관심이 있다는 것. 삶의 의미, 죽음 이후, 선과 악의 본질. 이 질문들은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다. 철학도 이 질문을 묻고, 문학도 이 질문을 묻는다. 다만 종교는 답을 제시하고, 철학은 질문을 더 깊게 만들고, 문학은 질문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 세 가지 접근이 각각의 방식으로 중요하다.

늦가을에 이 책을 읽었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이 책이 내 세계관을 바꾸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삶을 바라보는 경험은 언제나 가치가 있다. 동의하지 않는 책에서도 배울 것은 있다.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정리하면서 자기 생각이 선명해지니까. 거울은 자기를 보기 위한 도구이듯, 다른 사람의 생각은 자기 생각을 보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닐 도널드 월쉬
원저 Conversations with God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