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씽』 — 경영서가 말하지 않는 것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은 경영서치고는 정직한 책이다. 대부분의 경영서가 성공의 비결을 알려준다면, 이 책은 성공하기 전의 지옥을 보여준다. 회사가 망하기 직전의 밤,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아침, 고객이 떠나가는 오후. 이 책에는 화려함이 없다. 있는 것은 현실뿐이다.
경영서 코너에 가면 성공한 CEO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비전을 가져라, 팀을 만들어라, 혁신하라. 이 조언들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조언들이 빠뜨리는 것이 있다. 비전이 있는데 돈이 없을 때 어떻게 하는가. 팀을 만들었는데 그 팀의 절반을 해고해야 할 때 어떻게 하는가. 혁신을 했는데 시장이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가. 호로위츠는 이 질문들에 답하려 한다. 답이라기보다는 자기 경험을 보여주는 것에 가깝지만.
호로위츠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어려운 일에는 공식이 없다는 것. 직원의 절반을 해고해야 할 때, 교과서에는 답이 없다. 최고의 엔지니어가 경쟁사로 떠나려 할 때, 경영학 이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고를 알리는 회의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남은 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해고된 사람에게 어떤 얼굴로 마주쳐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뿐이다.
2019년에 읽은 린 스타트업이 떠올랐다. 에릭 리스는 빨리 실패하라고 말했다. 호로위츠는 그 실패가 어떤 맛인지를 알려준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다. 빨리 실패하라는 조언은 실패를 겪기 전에는 가볍게 들린다. 실패를 겪고 나면, 그 조언의 무게가 달라진다. 실패는 교과서에서 읽을 때는 학습이지만, 실제로 겪을 때는 고통이다. 그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다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 이것이 호로위츠가 하드씽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전시의 CEO와 평시의 CEO에 관한 부분이었다. 평시에는 합의와 소통이 중요하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고, 천천히 결정한다. 전시에는 다르다. 결단과 속도가 중요하다. 모든 사람의 의견을 들을 시간이 없다. CEO가 방향을 정하고, 조직이 따라야 한다. 같은 사람이 두 역할을 모두 해야 한다는 것이 CEO의 어려움이다. 어제는 민주적으로 운영하다가, 오늘은 독재적으로 지시해야 한다. 이 전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평시의 여우와 전시의 사자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것. 리더십의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호로위츠가 외로움에 대해 쓴 부분이다. CEO는 외롭다. 모든 나쁜 소식은 CEO에게 올라오고, 좋은 소식은 아래에서 소비된다. 불을 끄는 것은 CEO의 몫이고, 불을 끈 뒤에도 다음 불이 기다리고 있다. 이 외로움을 나눌 상대가 없다. 직원에게 말하면 사기가 떨어지고, 이사회에 말하면 신뢰가 떨어지고, 가족에게 말하면 걱정만 키운다. 그래서 CEO는 혼자 밤을 보낸다.
이 외로움에 대한 서술이 이 책에서 가장 진실한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경영서는 리더의 강함을 말한다. 비전, 결단력, 추진력. 호로위츠는 리더의 약함을 말한다. 두려움, 불안, 외로움. 이것이 이 책을 다른 경영서와 구분짓는 것이다. 강한 척하지 않는다. 약함을 인정한 위에서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이것이 호로위츠가 보여주는 리더십이다.
이 책의 한계도 있다. 호로위츠의 경험은 실리콘밸리 테크 스타트업에 한정되어 있다. 벤처 캐피탈의 지원을 받고, IPO를 목표로 하고,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회사의 경험이다. 이 경험이 제조업에, 소매업에, 공공 기관에도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에 리더가 느끼는 고독과 두려움은 산업을 초월한다.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고통은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같다. 그 부분에서 이 책은 보편적이다.
늦가을에 이 책을 읽었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시기와 겹쳤다. 디테일은 적지 않겠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더 깊이 읽혔다. 어려운 일에 공식은 없다는 말이, 위로라기보다는 현실 인정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 현실 인정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밤이 조금 짧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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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호로위츠
원저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