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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정치 · 4월. 18, 2021

『넛지』 — 자유주의적 개입이라는 모순

리처드 탈러의 『넛지』는 행동경제학의 대중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책 중 하나다. 제목 그대로 넛지, 즉 팔꿈치로 슬쩍 찌르는 것. 강제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선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이 개념이 이 책의 전부다.

탈러가 출발하는 지점은 인간의 비합리성이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라고 가정한다. 주어진 정보를 정확히 처리하고,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선택한다고. 탈러는 이 가정이 틀렸다고 말한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현재 편향에 빠지고, 기본 옵션에 안주하고, 손실을 이익보다 크게 느끼고, 군중을 따른다. 이것은 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다.

이 관찰 자체는 새롭지 않다. 카너먼과 트버스키가 이미 보여준 것이다. 탈러의 기여는 이 관찰을 정책으로 연결한 것이다. 인간이 비합리적이라면, 선택의 구조를 설계해서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퇴직연금 가입을 기본 옵션으로 설정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입한다. 탈퇴를 기본 옵션으로 하면, 대부분 가입하지 않는다. 선택의 자유는 동일하지만, 기본 설정이 결과를 바꾼다.

여기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는 탈러의 핵심 개념이 나온다. 자유주의적이라는 것은 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뜻이다. 아무도 강제하지 않는다. 개입주의라는 것은 선택의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한다는 뜻이다. 이 두 단어의 조합이 모순처럼 들린다. 자유주의와 개입주의는 반대 개념 아닌가. 탈러는 아니라고 말한다. 선택의 자유를 유지하면서도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이 주장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프리드먼이라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누가 더 나은 선택을 정의하는가.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판단은 누구의 판단인가. 정부의 판단인가, 전문가의 판단인가. 그 판단이 틀릴 수는 없는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자유주의적 부분은 받아들이되, 개입주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탈러의 반론도 있다. 선택의 구조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 기본 옵션이 가입이든 탈퇴이든, 어딘가에 기본값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기본값을 더 나은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중립적인 선택 구조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설계에는 방향이 있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좋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이 논쟁에서 어느 쪽이 맞는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은, 넛지가 부드러운 형태의 통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하지 않으니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기본 설정의 힘은 상당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값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기본값을 설정하는 것은, 부드러운 형태의 유도이고, 유도는 통제의 사촌이다.

이 책이 좋은 점은 구체적인 사례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장기 기증, 환경 정책, 금융 상품 선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넛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읽는 재미가 있다. 사상서의 무거움 없이 중요한 질문을 다루는 능력이 탈러의 강점이다.

넛지의 개념을 회사에 적용해서 생각해보았다. 사실 회사는 넛지의 실험실이다. 직원들에게 건강 검진을 받으라고 강제하지는 않지만, 기본 옵션으로 검진 일정을 잡아놓는다. 퇴직연금 가입도 마찬가지다. 회의에서 발언을 유도하기 위해 좌석 배치를 바꾸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다 넛지다. 알게 모르게 선택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

여기서 불편해지는 것은, 누가 그 설계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회사에서는 경영진이 한다. 국가에서는 정부가 한다. 그들이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선한 의도가 맞는지 틀리는지를 어떻게 검증하는가. 넛지는 강제가 아니니까 괜찮다고 탈러는 말한다. 그러나 넛지가 축적되면 어떻게 되는가. 하나의 넛지는 부드럽지만, 수십 개의 넛지가 같은 방향으로 밀면 그것은 부드러운 강제가 아닌가.

사례가 반복되면서 후반부에서는 좀 질렸다. 같은 논리를 다른 예시로 되풀이하는 느낌이 있었다. 넛지가 효과적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한 번 이해하면 사례를 더 쌓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이 점이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다. 핵심은 명쾌한데 분량이 과하다.

이 책은 대답보다 질문을 남겼다. 자유와 개입 사이의 경계는 어디인가. 아직 답이 없다.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원저 Nudg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