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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7월. 17, 2022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1부 — 투키디데스가 본 전쟁의 본질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펼쳤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 서양 역사학의 시초로 불리는 책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로마 이전의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투키디데스와 시오노 나나미의 차이는 첫 페이지부터 느껴진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다. 투키디데스는 분석하는 사람이다. 그는 감정을 배제하고, 원인과 결과를 추적하고, 전쟁의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건조하지만 그래서 정확하다. 이 건조함이 2천 5백 년을 버텼다.

투키디데스가 이 전쟁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두 가지다. 표면적 원인과 진짜 원인. 표면적 원인은 코르키라와 포티다이아를 둘러싼 분쟁이다. 진짜 원인은 다르다. 아테네의 성장이 스파르타에 두려움을 주었고, 그 두려움이 전쟁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것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이 충돌하는 구조적 원인.

이 분석이 인상적인 이유는, 투키디데스가 도덕적 판단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아테네가 나쁘고 스파르타가 좋다는 식의 판단이 없다. 양쪽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했고, 그 이익의 충돌이 전쟁을 낳았다는 것. 이것은 국제 관계를 힘의 논리로 보는 현실주의 시각이다. 도덕이 아니라 이익이 국가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

페리클레스의 장례 연설이 1부의 절정이다. 전사한 병사들을 추모하면서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찬양하는 연설. 아테네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에 의해 통치된다, 법 앞에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 우리는 공적인 일에 참여하면서도 사적인 삶을 존중한다. 이 연설은 민주주의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옹호 중 하나다.

그러나 투키디데스는 이 연설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지 않는다. 페리클레스의 연설 직후에 역병이 아테네를 덮친다. 수천 명이 죽는다. 페리클레스 자신도 죽는다. 민주주의의 찬가 바로 뒤에 죽음의 묘사가 오는 것. 이 배치가 의도적이다. 투키디데스는 아테네 민주주의의 이상과 그 이상이 부딪히는 현실을 나란히 놓는다. 이상은 아름답다. 그러나 현실은 잔인하다.

멜로스 대화편도 깊이 남았다. 아테네가 중립국 멜로스를 공격하면서, 양측 사절이 나누는 대화. 아테네는 말한다. 강한 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한 자는 견딜 수 있는 것을 견딘다. 이 문장은 국제 관계의 현실주의를 가장 날카롭게 요약한 문장이다. 정의는 힘이 대등할 때에만 성립한다. 힘이 대등하지 않을 때, 정의는 의미가 없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불편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는 원리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가. 약소국의 자유를 누가 보장하는가. 투키디데스의 세계에서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법이 개인을 보호하지만, 국제 관계에서는 법 위의 법이 없다. 힘만이 있을 뿐이다.

투키디데스를 읽으면서 시오노 나나미와 비교하게 되었다. 두 사람 모두 고대 세계를 쓰지만,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시오노 나나미는 영웅의 이야기를 한다. 한니발, 스키피오, 카이사르. 개인의 비르투가 역사를 만든다. 투키디데스는 구조의 이야기를 한다. 개인보다 국가, 국가보다 힘의 논리가 역사를 만든다. 한니발이 아무리 뛰어나도 카르타고의 구조적 한계를 넘지 못했듯이, 페리클레스가 아무리 현명해도 아테네 민주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지 못했다.

어느 쪽이 더 정확한 역사 서술인가. 아마 둘 다 부분적으로 맞을 것이다. 개인도 중요하고 구조도 중요하다. 그러나 투키디데스의 시각이 더 냉정하고, 냉정하기 때문에 더 오래 유효하다는 느낌이 있다. 영웅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지만, 구조의 분석은 반복 가능하다. 같은 구조적 조건이 반복되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이것이 투키디데스가 자기 책을 영원한 소유물이라고 부른 이유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은 반복된다.

이 전쟁에서 가장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동맹의 논리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각각이 동맹 체제를 구축하고, 동맹국 간의 갈등이 본국 간의 전쟁으로 확대되는 구조. 작은 분쟁이 동맹의 논리를 통해 거대한 전쟁으로 번지는 것. 이것은 1차 세계대전의 구조와 같다. 2천 5백 년의 시차가 있지만 구조는 같다. 투키디데스가 옳았다.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2부는 다음 달에 이어 읽을 생각이다. 더운 여름에 고대 전쟁사를 읽는 것은 어울리지 않지만, 에어컨 아래에서는 무엇이든 읽을 수 있다.

투키디데스
원저 Ἱστορίαι (기원전 5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