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3권 — 카이사르 이전의 로마
여름에 3권을 펼쳤다. 이 시리즈를 반 년에 한 권씩 읽어가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1권에서 공화정의 성립을, 2권에서 한니발 전쟁을 읽었고, 이제 3권은 공화정 말기를 다룬다.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에서 마리우스와 술라의 대립까지. 카이사르가 등장하기 직전의 시대다. 이 시대는 로마 역사에서 가장 혼란스럽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 권의 핵심은 공화정의 위기다. 로마가 팽창하면서 공화정의 제도가 한계에 부딪힌다. 작은 도시 국가를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 지중해 전체를 지배하는 제국을 감당하지 못한다. 원로원은 보수적이 되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 급급해지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 부유층은 정복지에서 가져온 토지를 독점하고, 소농은 몰락하고, 도시에는 일자리 없는 빈민이 넘쳐난다. 군대는 국가에 충성하는 대신 장군 개인에게 충성하는 사병으로 변한다.
그라쿠스 형제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티베리우스 그라쿠스는 토지 개혁을 시도했다. 부유층이 독점한 공유지를 빈민에게 분배하려 한 것이다. 당시 로마의 공유지법은 한 사람이 보유할 수 있는 공유지의 면적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은 오래전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부유층은 법의 제한을 초과하는 공유지를 차지하고 있었다. 티베리우스는 이 법을 다시 시행하려 한 것이다. 의도는 정당했다. 법을 지키자는 것이니까.
그러나 그가 선택한 방법이 문제였다. 원로원의 반대에 부딪히자, 티베리우스는 원로원을 우회했다. 민회에 직접 법안을 올리고, 자신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호민관을 해임시켰다. 호민관의 해임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목적은 정당했지만 수단이 문제였다.
여기서 하이에크의 경고가 다시 떠올랐다.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 티베리우스의 토지 개혁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도를 파괴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절차를 무시하는 선례를 만들면, 다음 사람은 더 나쁜 목적을 위해 같은 선례를 이용할 수 있다. 첫 번째 예외는 두 번째 예외를 낳고, 두 번째는 세 번째를 낳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예외가 규칙이 된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티베리우스의 동생 가이우스 그라쿠스도 비슷한 길을 갔다. 더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고, 더 과감하게 제도를 무시했다. 그리고 두 형제 모두 폭력적으로 제거되었다. 원로원 측도 폭력을 사용했다. 정치적 갈등이 폭력으로 해결되는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선례는 이후 마리우스와 술라의 내전으로 확대되었다.
마리우스는 군제 개혁을 단행한 사람이다. 기존에 로마 시민병으로 구성되었던 군대를 직업 군대로 전환했다. 가난한 사람도 군대에 입대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은 군사적으로는 효과적이었다. 전문적인 군대가 시민병보다 강했으니까.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재앙이었다. 직업 군인들은 국가가 아니라 자기들에게 급여와 퇴직 후 토지를 보장해주는 장군에게 충성했다. 군대가 장군의 사병이 된 것이다. 이 변화가 공화정의 근간을 흔들었다.
술라는 이 사병화된 군대를 이끌고 로마를 점령한 최초의 로마 장군이다. 자기 나라의 군대를 이끌고 자기 나라의 수도를 공격한 것이다. 이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전까지 어떤 로마 장군도 로마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은 금기였다. 술라는 그 금기를 깼다.
술라는 독재관이 되어 대규모 숙청을 단행했다. 금지 목록을 공표하고, 목록에 오른 수천 명을 합법적으로 살해했다. 재산을 몰수하고, 가족까지 처벌했다. 공포 정치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발적으로 권력을 반납하고 은퇴했다. 킨키나투스 이후 가장 유명한 자발적 퇴임이다. 그러나 킨키나투스와 달리 술라는 피를 묻힌 뒤에 퇴임한 것이다. 권력을 반납한 것은 미덕이지만, 그 권력을 행사하는 동안 저지른 일은 용서받기 어렵다.
이 시대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제도의 취약함이다. 제도는 종이에 쓰인 규칙이 아니다. 사람들이 지킬 때에만 작동하는 약속이다. 모두가 규칙을 지키는 한 공화정은 유지된다. 그러나 한 사람이 규칙을 깨면, 다른 사람도 깨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 번 깨진 규칙은 복원되기 어렵다. 깨진 유리를 다시 붙일 수는 있지만, 금은 남는다. 로마 공화정의 붕괴는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었다. 내부에서, 스스로, 자기 제도를 파괴한 결과였다.
이것이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인 이유는, 어떤 제도든 같은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도, 민주주의도, 시장 경제도. 이것들은 사람들이 지킬 때에만 작동한다. 규칙을 깨는 것이 이익이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규칙은 무너진다. 그라쿠스는 좋은 의도로 규칙을 깼고, 술라는 나쁜 의도로 규칙을 깼다. 결과는 같았다. 규칙 자체가 약해졌다.
더운 여름에 읽기에는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에어컨 아래에서 2천 년 전의 정치적 갈등을 읽는 것은 묘한 경험이었다. 시대가 달라도 권력과 제도의 긴장은 같다. 다음 권에서는 카이사르가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이 모든 혼란의 끝에 카이사르가 있다. 그가 공화정의 파괴자인지 구원자인지는, 아마 이 시리즈를 끝까지 읽어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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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
원저 ローマ人の物語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