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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정치 · 12월. 17, 2023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 국가는 왜 다시 중요해졌는가

토드 부크홀츠의 이 책은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국가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책이다. 시장의 자유를 옹호해온 지적 전통에서, 국가가 왜 다시 중요한가를 묻는 것. 이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부크홀츠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20세기 후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의 역할이 약해졌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기업은 다국적이 되고, 사람도 이동한다. 이 흐름 속에서 국가는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보였다.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는데, 왜 국경이 필요한가. 왜 국가가 필요한가.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국가가 다시 부상했다. 세계화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다. 일자리가 해외로 이전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문화적 정체성이 위협받는다는 불안이 커졌다. 이 불안에 대한 응답으로 국가주의가 다시 강해졌다. 부크홀츠는 이 흐름을 단순히 반동으로 치부하지 않는다. 국가가 다시 필요해진 이유를 진지하게 분석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국가적 정체성에 관한 논의였다. 부크홀츠는 인간이 소속감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시장은 소속감을 주지 못한다. 시장은 거래의 장이지 귀속의 장이 아니다. 가족, 공동체, 국가 같은 것이 소속감을 준다. 세계화가 이 소속감을 약화시켰을 때,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그 불안이 국가주의의 부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상당 부분 동의해왔다. 부크홀츠의 책은 그 동의에 균열을 넣지는 않지만, 복잡성을 더한다. 국가의 경제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과, 국가의 존재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 시장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시장만으로는 사회가 작동하지 않는다.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소속감도 필요하다.

부크홀츠가 경계하는 것은 국가주의의 과잉이다. 국가가 다시 중요해졌다고 해서 고립주의로 가면 안 된다는 것. 세계화의 혜택을 버리면 안 된다는 것. 열린 경제와 강한 국가적 정체성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 균형이 어렵다. 너무 열리면 정체성이 약해지고, 너무 닫히면 경제가 위축된다.

열린 사회가 유지되려면 어떤 종류의 닫힘이 필요한가를 부크홀츠는 묻는다. 완전히 열린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경계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다.

부크홀츠가 이 책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은 국가의 감정적 기능이다. 경제학자들은 국가를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 세금을 걷고, 공공재를 제공하고, 시장 실패를 교정하는 기관. 그러나 국가의 기능은 이것만이 아니다. 국가는 이야기를 제공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이야기가 소속감을 만든다.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협력한다. 국가는 가장 강력한 이야기 중 하나다.

세계화가 이 이야기를 약화시켰을 때, 사람들은 다른 이야기를 찾았다. 민족주의, 포퓰리즘, 종교적 근본주의. 이것들은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이다. 부크홀츠는 이 반작용을 단순히 비합리적이라고 치부하지 않는다. 소속감에 대한 인간적 필요를 인정한다. 문제는 그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다. 열린 형태로 충족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닫힌 형태로밖에 충족될 수 없는가.

이 질문이 이 시대의 핵심 질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주의의 한계는, 소속감에 대한 인간적 필요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되, 자유로운 개인이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다루지 않은 것. 인간은 자유로운 동시에 어딘가에 속하고 싶어한다. 이 두 욕구의 긴장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정치의 핵심이다.

올해의 마지막 책으로 이 사상서를 읽은 것은 적절한 마무리였다. 자유의 소중함은 변하지 않지만, 자유를 지키는 조건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다. 5년째 이 블로그를 쓰고 있다. 내년에도 계속 읽고, 생각하고, 적을 것이다.

토드 부크홀츠
원저 Rush: Why You Need and Love the Rat Race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