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1권 — 난세를 여는 사람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은 일본 전국시대를 다룬 대하소설이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일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세 사람의 이야기. 1권은 이에야스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한다. 인질로 보내져 타인의 성에서 자라는 소년. 이 소년이 결국 천하를 통일하는 이야기가 이 시리즈의 뼈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사 소설에 대한 식욕이 생겼다. 로마인 이야기가 지중해 세계의 이야기였다면, 대망은 동아시아의 이야기다. 두 시리즈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이 흥미롭다. 시오노 나나미가 시스템의 힘을 강조한다면, 야마오카 소하치는 인물의 성격을 강조한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가 강한 것은 제도 때문이었다. 대망에서 이에야스가 이기는 것은 인내 때문이다.
1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에야스의 인내다. 어린 시절부터 인질 생활을 하면서 배운 인내. 강한 자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때를 기다리고, 감정을 숨기는 것. 이것이 이에야스의 핵심 전략이다. 노부나가가 불처럼 나아가고, 히데요시가 바람처럼 기회를 잡을 때, 이에야스는 나무처럼 서서 기다린다. 유명한 비유가 있다. 울지 않는 두견새를 어떻게 할 것인가. 노부나가는 죽이겠다고 하고, 히데요시는 울게 만들겠다고 하고,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 인내가 미덕인가. 파비우스 막시무스의 지연 전략이 떠올랐다. 한니발과 정면 대결을 피하고 시간을 끈 장군. 대중은 겁쟁이라고 비난했지만, 결과적으로 옳았다. 이에야스의 인내도 같은 종류의 것이다. 당장은 비겁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단순한 성공 전략서로 읽으면 안 된다. 야마오카 소하치가 그리는 이에야스는 단순히 참을성 있는 사람이 아니다. 고통받는 사람이다. 인질 생활의 외로움, 동맹자를 잃는 아픔, 가족까지 희생해야 하는 정치의 잔인함. 이에야스는 이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 천하를 향해 나아간다. 그 감내의 과정이 이 소설의 진짜 이야기다.
1권의 문체는 읽기 쉽다. 한국어 번역이 잘 되어 있고, 서사의 흐름이 빠르다. 시오노 나나미보다 더 소설적이다. 역사적 사실 위에 상당한 허구를 덧입힌다. 이에야스의 내면 독백, 인물 간의 대화, 감정 묘사. 이런 것들은 역사 기록에 없는 것이다. 작가가 상상한 것이다. 이 상상이 역사를 살아 있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리더십의 유형에 대해 생각했다. 지난 6년간 이 블로그에서 여러 종류의 리더를 만났다. 카이사르의 대담함, 파비우스의 인내, 페리클레스의 웅변, 슐츠의 고집. 이에야스는 이 중에서 파비우스에 가장 가깝다. 싸우지 않는 것이 최선인 때를 아는 사람. 대중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자기 전략을 유지하는 사람. 이 유형의 리더가 역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은, 로마에서도 일본에서도 반복되는 패턴이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역사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는 인내를 최고의 미덕으로 제시한다. 이것은 일본적 가치관의 반영이기도 하다. 참고 견디는 것. 때를 기다리는 것. 이 가치관이 도쿠가와 시대의 안정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정체를 낳기도 했다. 참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는 변화가 느리다. 변화가 느린 사회에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인내의 미덕과 변화의 필요 사이의 긴장. 이것이 일본 역사의 한 축이다.
봄이 오고 있다. 이 시리즈를 석 달에 걸쳐 읽을 계획이다. 1권을 시작으로 3권까지. 일본 전국시대의 이야기를 봄에서 여름까지 읽는 것. 전쟁의 이야기를 평화로운 계절에 읽는 역설이 있지만, 책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를 현재의 안전한 자리에서 경험하는 것.
—
야마오카 소하치
원저 徳川家康 (1950-1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