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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열다섯 살

하루키의 세 번째 책이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재독』에 이어 세 번째. 이번에는 좀 다른 하루키를 만났다. 노르웨이의 숲이 현실적 소설이었다면, 해변의 카프카는 환상적 소설이다. 현실의 규칙이 느슨해지고, 물고기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고양이가 말을 하고, 입구석이라는 신비로운 공간이 열린다. 카프카 다무라는…

『어제까지의 세계』 — 전통 사회에서 배우는 것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두 번째 책이다. 2019년에 읽은 『총, 균, 쇠』 이후 6년 만이다. 총, 균, 쇠가 왜 어떤 문명이 다른 문명을 정복했는가를 물었다면, 이 책은 우리가 전통 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묻는다. 방향이 반대다. 앞의 책은 현대 문명의 기원을…

『싯다르타』 — 강물처럼 흐르는 삶

헤세의 두 번째 책이다. 『데미안』 이후 3년 만이다. 데미안이 성장의 이야기였다면, 싯다르타는 깨달음의 이야기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지점에서 쓰여진 소설이다. 싯다르타는 부처의 이름이지만, 이 소설의 싯다르타는 부처가 아니다. 부처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자기만의 길을 찾는 사람이다. 그는 부처를 만나지만 부처의…

『장자』 — 쓸모없음의 쓸모

오강남이 풀어 쓴 『장자』를 읽었다. 원전을 직접 읽을 한문 실력은 없으니, 해설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오강남의 풀이는 현대적이면서도 원전의 향기를 살린다. 동양 고전을 이 블로그에서 다루는 것은 열하일기 이후 처음이다. 장자의 세계관은 서양 철학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양 철학은 분석한다. 개념을…

『니코마코스 윤리학』 —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를 처음 읽는다. 플라톤의 『국가』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거쳐, 이제 그의 제자에게 도달했다. 스승이 이상 국가를 꿈꾸었다면, 제자는 좋은 삶을 물었다. 더 구체적이고, 더 현실적이고, 더 실용적인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핵심 개념은 에우다이모니아다.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행복과는 좀 다르다. 좋은 삶, 번영하는 삶,…

『삼체』 3부: 사신의 영생 — 우주의 끝에서

삼체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다. 1부에서 인류가 외계 문명과 접촉하고, 2부에서 암흑의 숲 이론을 발견하고, 3부에서 그 이론의 궁극적 귀결에 도달한다. 시리즈를 완결하는 데 반 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 마지막 권이 가장 무거웠다. 3부의 중심인물은 청신이다. 우주항공 엔지니어 출신의 여성. 뤄지와…

『안나 카레니나』 2권 — 기차역의 마지막 장면

2권은 안나의 하강과 레빈의 상승이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안나는 점점 고립되고, 브론스키와의 관계는 질투와 불안으로 변질되고, 사회의 문은 하나씩 닫힌다. 레빈은 키티와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삶의 의미를 서서히 찾아간다. 두 이야기가 나란히 가면서, 한쪽이 어두워질수록 다른 쪽이 밝아진다. 안나의 마지막은 기차역이다.…

『안나 카레니나』 1권 —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톨스토이의 첫 문장은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문장이 소설 전체를 요약한다. 이 소설은 불행의 해부학이다. 불행이 어디에서 오는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어디에서 끝나는가.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상류 사회의 여인이다. 카레닌이라는 고위 관리의 아내이고, 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