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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은 파시즘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려는 시도다. 이 시도가 어려운 이유는, 파시즘이 일관된 이데올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에는 자유라는 핵심 가치가 있고, 마르크스주의에는 계급 투쟁이라는 핵심 개념이 있다. 파시즘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독일의 나치즘은 서로 달랐다.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과…

『말의 품격』 — 말이 그 사람이다

새해 첫 책으로 가벼운 에세이를 골랐다. 지난 몇 년간 새해마다 사상서로 시작했는데, 올해는 좀 다르게 가보고 싶었다. 이기주의 『말의 품격』. 제목이 단정하다. 말에도 품격이 있다는 것. 이 전제가 이 책의 전부다. 이기주는 말에 대해 쓴다. 어떤 말이 사람을 살리고, 어떤…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 — 국가는 왜 다시 중요해졌는가

토드 부크홀츠의 이 책은 자유주의 경제학자가 국가의 역할을 재평가하는 책이다. 시장의 자유를 옹호해온 지적 전통에서, 국가가 왜 다시 중요한가를 묻는 것. 이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부크홀츠의 출발점은 간단하다. 20세기 후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의 역할이 약해졌다. 자본은 국경을 넘고, 기업은 다국적이…

『신과 나눈 이야기』 — 믿음 없는 사람이 읽는 영성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종교 서적이나 영성 서적은 평소에 읽지 않는다. 그런데 서점에서 이 책을 뒤적이다가 한 구절에 멈추었다. 정확히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언어로 삶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사왔다. 닐 도널드 월쉬가…

『돈키호테』 2권 —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슬픔

2권은 1권과 톤이 다르다. 1권이 코미디에 가까웠다면, 2권은 점점 비극으로 기운다. 1권에서 세상은 돈키호테를 모르고, 돈키호테는 세상을 모른다. 2권에서는 세상이 돈키호테를 알고, 의도적으로 그를 놀린다. 귀족들이 돈키호테를 초대하여 기사 흉내를 내게 하고, 그것을 구경거리로 삼는다. 웃음이 잔인해진다. 2권에서 산초의 성장이…

『돈키호테』 1권 — 미친 사람과 제정신인 세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드디어 시작했다. 서양 문학의 최초의 근대 소설이라 불리는 작품. 400년이 넘은 소설인데, 읽어보니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웃기면서 슬프고, 바보 같으면서 현명하다. 이 모순이 이 소설의 전부다. 돈키호테는 기사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미쳐버린 노인이다. 자기가 기사라고 믿고, 농부…

『팩트풀니스』 —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는 불편한 책이다. 불편한 이유가 독특하다. 세상이 나쁘다고 말해서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생각보다 좋다고 말해서 불편하다.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비관적 인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불일치의 원인을 분석한다. 로슬링이 제시하는 데이터는 이렇다.…

『열하일기』 2권 — 실용의 정신

1권에서 박지원의 충격을 읽었다면, 2권에서는 그 충격이 사유로 발전하는 과정을 읽는다. 박지원은 단순히 청의 발전에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조선은 이렇지 못한가를 묻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것이 열하일기를 단순한 여행기에서 사상서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2권에서 가장 인상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