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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2권 — 실용의 정신

1권에서 박지원의 충격을 읽었다면, 2권에서는 그 충격이 사유로 발전하는 과정을 읽는다. 박지원은 단순히 청의 발전에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조선은 이렇지 못한가를 묻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것이 열하일기를 단순한 여행기에서 사상서로 격상시키는 것이다. 2권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열하일기』 1권 — 조선 지식인의 눈으로 본 세계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드디어 펼쳤다. 한국 고전 중에서 가장 읽고 싶었던 책이다. 조선 후기의 지식인이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쓴 기행문.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한 문명이 다른 문명을 만났을 때의 충격과 사유가 담겨 있다. 박지원은 1780년에 청나라를 방문한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 대부분은 청을…

『불멸』 — 몸짓 하나에 담긴 존재

쿤데라를 다시 읽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후 두 번째 쿤데라다. 이번에는 『불멸』. 제목이 거창하지만, 이 소설은 거창함과 거리가 먼 곳에서 시작한다. 수영장에서 한 중년 여인이 수영 강사에게 손을 흔드는 장면. 그 손짓이 젊은 여인의 손짓이었다. 몸은 나이 들었지만…

『코스모스』 — 별먼지로 만들어진 존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과학서이면서 동시에 시다. 우주에 대한 책이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책이다.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인간의 존재를 묻는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밤하늘이 다르게 보인다. 세이건의 유명한 표현이 있다. 우리는 별먼지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 —…

『열린사회와 그 적들』 2권 — 헤겔과 마르크스라는 적

1권에서 플라톤을 다루었다면, 2권은 헤겔과 마르크스를 다룬다. 포퍼는 헤겔에 대해 특히 가혹하다. 헤겔의 철학을 허풍이라고까지 부른다. 이 격렬함이 의외였다. 포퍼는 대체로 논리적이고 절제된 사람인데, 헤겔 앞에서는 감정이 드러난다. 포퍼가 헤겔을 공격하는 이유는, 헤겔의 변증법이 역사주의의 가장 세련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헤겔에…

『열린사회와 그 적들』 1권 — 플라톤이라는 적

새해의 첫 책으로 다시 사상서를 골랐다. 이번에는 칼 포퍼다.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제목만으로도 도발적이다. 열린사회의 적들. 누가 적인가. 1권의 답은 놀랍다. 플라톤이다. 작년에 플라톤의 『국가』를 읽으면서 철인왕의 위험성을 느꼈었다. 포퍼는 그 느낌을 체계적인 논증으로 풀어낸다. 플라톤의 이상 국가는 닫힌…

『레미제라블』 — 법과 은총 사이에서

축약본으로 읽었다. 원전은 5권이 넘는 대작이고, 이 글을 쓸 수 있는 나이 안에 다 읽을 자신이 없었다. 축약본이라 해도 상당한 분량이었고, 빠진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서사는 충분히 담겨 있었다. 장 발장의 이야기는 알려져 있다.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 한…

『이기적 유전자』 —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 책은 제목 때문에 오해를 받는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제목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뜻이지, 인간이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 구분을 도킨스는 책 안에서 여러 번 강조하지만, 제목의 힘은 강해서 오해는 계속된다. 도킨스의 핵심 주장은 이렇다. 진화의 단위는 개체가 아니라…